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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넘어서자" 삼성-인텔, 파운드리 협력 가시화

  • 2022.05.31(화) 17:09

이재용 부회장, 인텔 CEO와 협력 방안 논의
파운드리 분야 언급, 경쟁사에서 협력사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 관계가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한국·미국 간 기술동맹 협력이 민간 차원, 즉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특히 대만의 TSMC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의 협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치열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삼성과 인텔이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의 합심

삼성전자는 전날(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중인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회의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배석했다. 

이는 한·미 정상 간 기술동맹 협력이 민간의 영역까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통해 반도체 등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기 위한 정례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설치를 합의한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 회의가 삼성전자와 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독주하는 1위 TSMC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2위인 삼성과 작년 시장에 다시 뛰어든 인텔이 '연합군'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위태로운 삼성, '적과 동침' 택했다

삼성과 인텔은 반도체 및 세트 부문에서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협력을 이어왔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경쟁사로 인식됐다. 인텔이 파운드리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삼성을 지속적으로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으로 견제해야 할 독보적 1위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독주 체제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은 2위 기업이지만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는 삼성전자와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한 인텔이 서로 견제하는 것이 무의미한 셈이다.

게다가 올해 전망도 좋지는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TSMC의 점유율은 작년 대비 3%P(포인트) 오른 56%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삼성전자는 2%P 떨어진 1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올 초에는 고객사 이탈, 수율 문제 등이 거론되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위기론'까지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강문수 삼성전자 부사장은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관련기사: [파운드리 속도전]②TSMC·인텔 사이 '끼인' 삼성(4월23일)

그는 "향후 5개년 간 수주 잔액은 전년도 매출의 8배 규모로,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적극 프로모션하고 있어 수주 규모가 더 증가할 것"이라며 "주요 고객사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고객 포트폴리오와 사업 구조를 개선 중이고 견조한 선단 공정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파운드리 분야에 강력한 투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목표로 기존 선두 주자인 메모리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의 점유율 역전을 통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뒤늦은 인텔, 삼성 따라 기술력 키운다 

인텔 역시 초미세 공정을 위한 기술력 확보의 어려움, 생산설비 부족 등으로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인텔은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18년 초미세 공정 전환 실패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한 지 약 4년 만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뛰어든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전년(1075억4200만 달러) 대비 20%가량 커진 1287억8400만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약 24조원), 유럽에 10년 동안 800억 유로(약 10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 달러(약 6조원)에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기술 선두 탈환'을 목표로 내걸고, 미국 오리건주에 30억 달러를 투자한 모드3 공장을 열기도 했다.

이런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도 업계의 시선은 다소 싸늘했다. 초미세공정은 회소 선폭이 예리해 1㎚(나노미터)를 줄일 때마다 공정 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하지만 인텔은 7㎚ 이하 칩 양산 경험이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텔이 오는 2024년 상반기 2㎚ 공정을 도입하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1.8㎚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만약 기술력을 확보했더라도, 제품의 수율(문제없는 양품의 생산 비중)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파운드리 공장 설비를 단기간에 구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실제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진입을 선언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설비를 갖추지 못해 생산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인텔은 주력 제품인 CPU(중앙처리장치)를 제외한 나머지 칩셋을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겔싱어 CEO는 작년 1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파운드리 사용은 더 늘려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인데, 이번 협력 강화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인텔의 주력 협력사의 위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인텔이 주도하는 CPU와 연관된 차세대 메모리 관련 기술의 공동 개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만남에서는 양사의 전반적인 협력 강화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구체적인 사안에 관해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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