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자율성에 방점을 둔 '자율규제' 방침을 분명히 했다. 관련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논의에도 나서기로 했다. 글로벌 플랫폼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규제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 정책 기조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규제 법안을 추진하는 대신 자율규제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에 초점을 맞춘 이전 정부의 기조와 180도 바뀐 것이다.
"규제 방식, 혁신적으로 바꿔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플랫폼 시장을 고려할 때 디지털 플랫폼 정책은 혁신과 공정의 가치를 포괄해야 하고 규제의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플랫폼 산업에 대해서는 범정부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자율규제와 기업의 혁신역량 제고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과기정통부는 범정부적인 플랫폼 정책 추진 과정에서 플랫폼 생태계 내 혁신과 공정이 조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업계와 전문가가 함께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책 포럼'과 유관 부처들이 참여하는 범부처 '디지털 플랫폼 정책협의체'에서 자율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플랫폼 업체들의 업종과 쟁점이 다양한 만큼 앞으로는 분야별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쟁점을 갖고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었다"라며 "분야별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율규제라고 해서 규제의 수준 등이 입법에 의한 규제와 완전히 다르다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훨씬 더 유연하고 업종별, 레벨별 맞춤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성 규제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자율규제·진흥책 어우러져야"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네이버·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 대표 및 전문가들과 만나 디지털 플랫폼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박대준 쿠팡 공동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혁신과 공정이 조화를 이루는 디지털 플랫폼 정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간 합의에 기반한 자율 규제와 플랫폼 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진흥정책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민간의 자율규제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민 경제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 제고와 자율규제 등 디지털 플랫폼 정책 방향에 대해 밀도있게 논의했다.
간담회에선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주도 자율규제기구를 구성·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최근 이슈가 되는 플랫폼 분야 내 주요 부작용 중 우선 데이터·AI 등 분야(데이터 접근성 활성화·알고리즘 투명성 제고)에 대해 민·관이 합동으로 TF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업계·전문가 등이 함께 혁신과 공정의 가치를 포괄하는 (가칭)디지털 플랫폼 발전전략을 올해 내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가 자율규제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정부에서 플랫폼 기업들과 함께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라며 "앞으로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인터넷 업계가 이행하고 있는 자율규제 체계의 고도화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며 "향후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