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제조를 전담하는 자회사 2곳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모듈·부품 사업 매출은 작년 기준 전체의 80%에 달하지만 영업이익률이 0.5%에 그치는, 알짜 사업부가 아니여서다.
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알짜 자회사를 분할해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는 기업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다소 다른 방식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방식이 다를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포석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산법인 신설이라는 해석이 함께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협력사를 통해 생산을 한 까닭에 충주공장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영업이익률 0.5% 사업 분할
현대모비스는 최근 모듈과 부품 제조 영역을 전담할 2개의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오는 9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는 11월 신규 법인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협력사를 통해 운영하던 국내 모듈공장과 핵심부품공장이 2개의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로 각각 통합된다"며 "울산과 화성, 광주 등지의 모듈공장 생산조직은 모듈통합계열사(가칭)로, 에어백, 램프, 제동, 조향, 전동화 등 핵심부품공장 생산조직은 부품통합계열사(가칭)로 재배치된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부문 매출은 작년 기준 33조265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9.8%에 달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55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5%에 머문다.
반면 현대모비스에 남게 되는 AS 사업부문 매출은 8조4368억원, 영업이익은 1조885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22.3%에 이르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새롭게 설립될 법인 두 곳의 지분 100%를 보유할 계획이다.
생산 안정화 vs 지배구조 개편 포석
이런 점에서 알짜 자회사를 분할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는 사례들과는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전환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려는 의도 혹은 알짜 자회사를 물적분할해 IPO해 지분을 희석하려는 의도 등과는 무관하다"며 "이번 결정은 '불법 파견'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생산 전문 자회사를 신설하고, 생산 안정화를 이루려는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모듈 부품공장에서 협력사들과 계약을 맺고 사내 하청 형태로 생산을 진행해왔는데, 이것이 불법 파견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이번에 자회사 고용 형태로 변환하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들은 신설 자회사 소속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며 "현재 협력사 직원의 의견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협력사 지원의 이동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 시점에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처럼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생산 내재화를 통한 제조역량 제고를 기대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론 인건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직원 일부도 신설 자회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도 관측된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장기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갖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면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지배해야 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 측면에서의 해석도 가능하다"며 "통상 지배구조 개편은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하면서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