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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전쟁]②백신 '독립'을 외치는 이유

  • 2022.11.10(목) 06:50

국산 백신 자급률 30% 불과…수급 등 문제
자궁경부암·로타 등 프리미엄 백신 개발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대유행으로 백신 자급화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됐다.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발 빠르게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해당 국가들은 코로나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반면 백신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수급이 원활치 않았다. 이는 코로나 백신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필수예방접종 백신들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백신 수급 안정화를 위해 국산 백신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백신의 역사와 종류, 개발현황 등 백신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편집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직후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는 발 빠르게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기업들의 국가인 영국과 미국은 코로나 백신이 원활하게 공급됐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공급 순위에 밀려 수급이 계속 지연됐고 발을 동동 굴렀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소득 국가의 접종률은 올해 초 기준으로 아직도 15%에 채 못 미친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 가격 4배 인상 예고

코로나 백신 부작용 논란과는 별개로 국산 백신 개발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백신 수급이다. 여기에 국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 및 국민 의료비 부담 감소 등의 이유도 있다. 

최근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을 1도즈당 30.48달러(한화 4만3000원)에서 110~130달러(15만4000~18만2000원)로 4배가량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모더나 백신 가격은 25.5달러(3만6000원), 노바백스 16달러(2만2000원)인데 이번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가격 인상으로 모더나와 노바백스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코로나 백신 수입에 투입한 예산만 6조원 이상에 달한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도 코로나 백신 보유국이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초 질병관리청과 스카이코비원 1000만도즈를 2000억원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1도즈당 2만원(약 14달러)으로 국내 공급되는 코로나 백신 중 국산 백신이 가장 가격이 저렴하다. 아직 코로나 백신은 국가 예산을 통해 무상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PCR 검사처럼 향후 개인 부담으로 전환될 경우 국산 백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백신 선택 폭이 넓어 의료비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백신 42종 중 국산 품목 13종…자급률 30% 불과

백신 수급 문제는 코로나 백신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로부터 수입하던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을 포함한 7종의 공급이 수개월간 중단됐다. 다행히 대체 가능한 또 다른 수입 백신들이 있어 예방접종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교차접종이 허용되기 전까지 혼선이 불거졌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쓰이는 백신 42종 중 국산 품목은 13종에 불과했다. 이중 피내용BCG(결핵), DTaP(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Tdap(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IPV(소아마비), DTaP-IPV혼합백신, MMR(홍역, 볼거리, 풍진), 일본뇌염, 장티푸스(주사용), 페렴구균, HPV(자궁경부암) 등의 백신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백신 자급률도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이 제조하는 일본뇌염 백신과 파상풍 및 백일해 백신의 경우 원료 및 원액은 일본에서 수입해 사실상 자급화가 가능한 백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DTaP·Tdap 백신의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 표시는 백신 항원량의 차이를 의미하며 대문자가 소문자보다 항원량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두 백신 모두 항원 종류는 동일하지만 항원 용량이 다르다. DTaP은 만 6세 미만에서 접종하며, Tdap은 만 11세 이상 어린이 및 성인 접종에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질병으로는 대상포진이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NIP 대상이 아니어서 국민이 의료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품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MSD로부터 수입하는 기존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는 15만~20만원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백신 '스카이조스터'는 10만~15만원대로 조스타박스가 조금 더 비싸다.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GSK의 '싱그릭스'는 가격이 2~3배 더 높게 출시될 예정이다. 싱그릭스가 대상포진 예방효과와 접종 대상 범위에서 월등하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국산 백신 개발이 국민 선택의 폭을 넓힌 셈이다. 

자궁경부암·폐렴구균·로타바이러스 등 프리미엄 백신 개발 지원 시급

특히 국산 백신이 개발되면 내수 시장에서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접종률이 낮은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처럼 NIP 이외에 면역 형성이 필요한 폐렴구균, 로타바이러스, 수막구균, 인유두종바이러스, A형 간염 백신 등 프리미엄 백신들은 NIP 백신들보다 가격이 높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산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 일부 국내 기업들이 프리미엄 백신을 개발 중이고 속속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연구개발(R&D)에 10~20년이 소요되고 고비용 투자와 내수 시장의 한계 등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국산 백신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다. 국내 백신 개발 및 출시에 성공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 LG화학, 보령바이오파마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25년 세계 5위를 목표로 K-글로벌 백신허브화 달성 및 지원 계획을 내놨지만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별로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백신 개발 지원금도 분산돼 있어 유망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만큼 업체 및 품목별로 옥석을 가려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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