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사업'과 '조선, 건설기계, 전력 사업'의 역할 체인지
HD현대의 1분기 실적 한줄평이다. HD현대는 작년 1분기 현대오일뱅크의 업황 호조로 다른사업 부진에도 호실적을 내놓을 수 있었다. HD현대 지난해 실적은 HD현대오일뱅크의 기름덕을 크게 본 것이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그 역할이 바뀌었다. 정제마진 하락에 정유 사업은 올 1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대로 그간 부진했던 조선, 건설기계, 일렉트릭 등 다른 사업 부문 실적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영업이익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 하락에…영업익 감소
HD현대는 27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5조2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5.2% 증가한 수치다. 전분기와 견줬을 땐 7.5% 감소했다.
조진호 HD현대 재무지원담당 상무는 "HD한국조선해양 연결 편입 효과(작년 2월)와 건설기계, 일렉트릭 등 주요 사업부문 업황호조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감소했다. HD현대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1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1%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로 전년동기대비 3.1%포인트(p) 하락했다.
수익성이 뒷걸음치게 된 원인은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감소에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5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3.2% 급감했다. 다만 이 기간 매출은 7조39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국내·외 정유사들은 작년 1~3분기 러시아산(産) 원유 금수 조치로 인한 공급 차질로 특수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공급 병목 현상이 점차 완화되면서 국제 유가 역시 제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올 1분기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평균 80.3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5% 하락했다. 이 기간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8달러로 전년(8.1달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것으로 배럴당 4~5달러 내외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철 HD현대오일뱅크 전무는 "1분기 평균 유가는 미국 연준 긴축기조 유지와 원유 재고가 높은 탓에 전분기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 정유 업황을 두고는 예상이 엇갈린다. 1분기 대비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HD현대오일뱅크 측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정제마진은 2.5달러(4월 3주차) 로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고 있다.
김 전무는 "오는 2분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위축이 예상되지만 OPEC+의 추가 감산 및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으로 강보합세가 예상된다"며 "다만 윤활기유와 카본블랙 시황은 약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건기·일렉트릭 실적 대폭 개선
HD현대의 조선 사업 부문인 HD한국조선해양은 3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85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이 기간 매출은 4조8424억원으로 전년대비 23.9%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본격 반등할 시기는 오는 하반기로 예상된다. 1~2년 전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종의 매출이 오는 3~4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건설기계 사업 부문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구 현대제뉴인)의 1분기 매출은 2조37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6%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316억원으로 전년대비 73.1% 증가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은 북미, 유럽 및 신흥 시장에서 건설기계 부문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이 회사는 중국 시장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유럽, 아프리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력기기·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놨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586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6%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63억원으로 177.2% 급증했다.
북미와 중동 지역에서 변압기, 배전기기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말 수주잔고는 30억5000만달러(4조5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5.2% 증가했다. 계속된 주문에 연간 수주 목표도 26억3400만 달러로 당초 계획보다 35% 가량 높여잡았다.
HD현대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조선을 포함한 주력사업들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도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전략적인 영업 활동으로 수익성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