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최근 2025년 1.8㎚(나노미터, 1㎚=1억분의 1m)공정 시제품을 공개했다. 차세대 선단공정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인텔이 발표한 선단공정 계획이 무리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앞세워 인텔의 추격을 뿌리치고 업계 1위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1.8나노 시제품 공개한 인텔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한 개발자 행사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나노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했다. 인텔은 연내 3나노 양산을 예고했다. 현재 3나노 공정 양산에 나선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여기에 오는 2025년 1.8나노를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 2나노 양산을 예정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를 앞선다. 인텔은 지난 6월 내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분야 세계 2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인텔은 1.8나노 양산에 필수인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텔의 선단공정 청사진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많다. 아직 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2년 내로 1.8나노를 양산에 성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시제품 공개는 곧 양산을 의미하는데 인텔은 현재 1.8나노 필수 장비인 차세대 EUV 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현실적으로 아직 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2025년 1.8나노 양산에 성공하는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3나노 경쟁, GAA로 앞서나간다'
삼성전자는 인텔의 추격에도 불구 차세대 선단공정 경쟁에서 TSMC를 추월하겠다는 의지다. 아직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준비해온 선단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추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4%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11.7%)가 그 뒤를 따랐다.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44.7%포인트다. 여전히 격차가 크다. 하지만 지난 1분기보다는 격차가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두 회사의 지난 1분기 점유율 격차는 50.3%포인트였다.
업계에선 선단 공정에서 TSMC가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5시리즈에 TSMC의 3나노 공정 칩셋인 'A17 프로'가 탑재돼서다.
하지만 아이폰15 시리즈의 발열 문제가 TSMC의 칩이 발열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TSMC가 3나노 공정에 기존 공정인 핀펫(FinFET)을 그대로 사용한 결과, 발열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선단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TSMC와는 달리 3㎚ 공정에 핀펫이 아닌 GAA(Gate-All-Around)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 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기술이다. 게이트는 전류를 제어하는 장치다. 채널과의 접촉면이 많을 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높다. 기존 핀펫 구조는 채널의 3개 면만을 감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성능이 23% 향상됐으며, 전력도 45% 절감했다. 오는 2024년 양산할 GAA 2세대 공정은 5나노와 비교해 성능은 30% 높였고, 전력은 50% 줄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GAA 기술을 3나노에 빠르게 적용한 것이 미래 수주경쟁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전자는 안정적 수율을 유지하면서 인텔과는 격차를 더 내고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