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나원식 기자]"HD현대와 파트너사들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HD현대 부스가 있는) 웨스트홀로 오세요. 얘기를 나눠 봅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미래 건설 산업의 혁신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로봇 등의 첨단 기술로 인류가 미래를 건설하는 근원적인 방식을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10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 팔라조 볼룸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유일한 기조연설자다. 이날 행사에도 좌석 1800석이 꽉 채워지는 등 인파가 몰렸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게리 샤피로 회장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정 부회장은 "매우 신난다"며 샤피로 회장과 인사를 나눈 뒤 청중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인사했다.
그는 먼저 인류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제시했다. 사이트(Xite)란 물리적 건설 현장을 뜻하는 'Site'를 확장한 개념이다. 건설 장비의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친환경·전동화 등 미래기술을 활용해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스마트 건설 현장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관련 기사: [CES 라이브]인부는 어디로?…HD현대가 그린 미래 공사장(1월 10일)
정 부회장은 "건설 산업은 인류 문명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기술과 혁신에 있어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안전과 안보, 공급망 구축, 기후 변화 등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건설 산업의 근원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성 확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 자율화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과 탈탄소화 등 3대 혁신 목표를 발표했다. 이런 비전의 달성을 이끌 기술인 'X-Wise'와 'X-Wise Xite'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기조연설은 정 부회장의 오프닝을 시작으로 HD현대의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연이어 연단에 오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마르코 후터 그라비스 로보틱스 창업자와 필립 모이어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 가다 알라무드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자원부 국제관계 자문위원 등이다.
필립 모이어 부사장은 구글과 HD현대가 앞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 '제미나이'를 사용해 건설에 특화한 AI를 'X-Wise Xite' 내에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장 작업자의 행동 패턴과 선호도를 반영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거라는 설명이다.
가다 알라무드 자문위원은 HD현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많은 건설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HD현대가 이번 CES에서 보여준 기술이 '사우디 비전 2030'의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 부회장은 마지막 차례로 다시 무대에 올라 "(건설 산업의 미래를 바꿀) 저희의 여정에 함께 해 달라"며 "(CES 2024의 HD현대 부스가 위치한) 웨스트홀을 방문하셔서 함께 얘기를 나눠보자"고 제안하며 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