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AI폰'이 온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달 10일 오후 3시(현지시각, 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Z 플립·폴드6'를 공개하는데요.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공개할 제품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갤럭시Z 폴드6'와 '갤럭시Z 플립6' 등 폴더블폰을 비롯해 첫 스마트반지 '갤럭시링'과 '갤럭시 워치7' 등 웨어러블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대장 영상을 보면 이번 언팩에서 공개될 제품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는데요. 초대장 영상에는 'V'자 모양의 형체가 돌아가며 파리 에펠탑 이미지와 별 모양 4개를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 V자 모양의 물체는 폴더블폰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고요. 에펠탑은 언팩 개최지인 파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죠.
각각 다른 크기의 별 모양은 '갤럭시 AI(인공지능)'의 워터마크입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선보인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부터 이 워터마크를 사용해 왔죠. 이번 폴더블폰 신제품은 갤럭시S24에 이어 삼성전자의 두 번째 AI폰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당초 이번 언팩의 주제가 'Galaxy AI is Here(갤럭시 AI가 여기에 있다)'기도 하죠.
넘지 못한 폴더블의 벽
이번 신제품은 AI 기능을 탑재한 두 번째 갤럭시 스마트폰이자, 첫 폴더블 AI폰인데요. AI 기능을 원활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탄탄히 받쳐줘야 하는 만큼,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Z폴드·플립6에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이 전량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자체 AP인 엑시노스는 이번에도 채택되지 못한 것인데요.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 엑시노스 2200을 탑재했다가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으로 난항을 겪은 바 있습니다. 그 이후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에서는 엑시노스를 제외하고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을 전량 탑재했죠.
절치부심 끝에 엑시노스는 올해 갤럭시 S24 시리즈로 복귀에 성공했습니다. 국내 출시 제품 기준 갤럭시S24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에는 엑시노스 2400을, 울트라 모델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를 탑재했죠.
그 덕에 AP 시장에서 점유율도 높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엑시노스 시리즈의 출하량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2%P(포인트) 오른 6%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는 같은 기간 미디어텍(40%), 퀄컴(23%), 애플(17%) 등 상위 업체들이 모두 출하량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수치로 평가되죠.
하지만 엑시노스는 아직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라인업인 갤럭시Z 시리즈에 진입하지는 못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부터 작년 갤럭시Z폴드·플립5 시리즈까지 모두 퀄컴의 AP만을 사용해왔죠.
업계에서는 엑시노스가 갤럭시Z 시리즈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를 '경험 부족'으로 꼽습니다. 퀄컴의 경우 폴더블폰에 여러 차례 탑재돼 최적화 과정을 거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엑시노스는 아직 폴더블폰에 탑재된 적이 없기 때문에, 폴더블폰에 적합하게 맞춰질 기회도 얻지 못했죠.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모바일 경험)사업부 입장에서는 엑시노스에 대한 신뢰도도 온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엑시노스 2400이 갤럭시S24에 탑재되긴 했지만, 최고사양 모델에는 여전히 퀄컴 제품을 사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차세대 제품에 명운 달렸다
이런 가운데 차세대 모델로 준비 중인 '엑시노스 2500'에 대한 소문도 무성한데요.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엑시노스250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2세대 공정에서 양산됩니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엑시노스 칩셋을 양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특히 엑시노스 2500의 경쟁 제품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입니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생산할 가능성이 높고요. 엑시노스 2500의 성공이 칩 설계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시스템LSI사업부뿐 아니라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사업부 모두의 평가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5 시리즈에도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궈밍치 대만 TF증권 연구원은 "퀄컴이 갤럭시S25 시리즈의 유일한 SoC(시스템온칩)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며 엑시노스 2500이 갤럭시S25에 탑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죠.
이같은 주장의 근거에는 '낮은 수율(결함이 없는 양품 비율)'이 있습니다. 엑시노스 2500이 예상보다 낮은 수율을 기록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통상 업계에서는 수율이 60% 이상 나와야 안정적인 제품 양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엑시노스 2500의 수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죠.
다만 삼성 파운드리의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의 조기 도입이 반전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구성단위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지는데요. 기존 핀펫(FinFET) 방식의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이라면, GAA는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입니다. 채널과 게이트의 접촉면이 많을수록 전류 흐름이 활성화돼 성능이 개선되죠.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업계 처음으로 3나노 공정에 도입했습니다. 만약 GAA 기술의 힘으로 엑시노스의 성능이 스냅드래곤의 성능을 뛰어넘을 경우, 엑시노스 2500은 갤럭시S25 시리즈에 무난히 탑재될 수 있겠죠.
AI가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오른 만큼, 스마트폰의 두뇌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질 전망인데요. AI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과 반도체 사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