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소수주주 다수결제도(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를 검토하겠다"
13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가 2조50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한 직후, 최 회장이 꺼낸 카드다.
그는 "주주가 고려아연과 그 경영권의 최종 결정권자"라며 "그분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소수주주 다수결제도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MOM은 총수 일가(지배주주)와 이해 상충이 있는 안건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를 배제하고, 이해 상충 관계가 없는 주주의 동의를 얻어 해당 안건을 의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지분 40% 가량을 확보한 영풍·MBK파트너스를 견제할 장치인 셈이다.
"MOM 통해 이사 추천"
이날 최 회장은 주주 보호 방안 중 하나로 MOM을 제시했다. 그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을 이사회 구성과 주요 경영 판단에 반영할 수 있다"며 "MOM을 통해 일정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이 MOM 등 주주보호책을 낸 이유는 일반 공모 유상증자 발표 직후 여론이 악된 주주 달래기 용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고려아연 이사회는 2조50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증자를 결정했다. 증자 규모는 373만2650주로, 현재 발행된 주식의 20%에 달하는 신주가 발행될 예정이었다. 고려아연 측은 일반공모 증자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공개매수가보다 12만원 낮은 가격의 증자신주 발행과 금융권 빚을 주주 증자금으로 돌려 막기 한다는 시장 여론이 고려아연 이사회 유상증자 결정에 명분이 퇴색됐다.
최 회장은 "이번에 여러분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것부터 말한 주주 보호 방안을 최대한 빠르게 정관에 반영하고 기존 주주와 소액주주 사이 상충 의견이 있으면 소액주주 의견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루겠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아래는 이날 최윤범 회장의 간추린 일문일답이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율을 40% 가까이 끌어올렸다. 시장에선 사실상 지분 대결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임시 주총 대책은?
▲저희가 만약에 유상증자 철회를 통해 필패가 예상됐다면 무리가 되더라도 더 추진해 볼 생각이었을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주식을 가진 여러분들이 있고 이런 분들의 신뢰를 저희가 다시 한번 되찾을 수 있다면 다가오고 있는 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에서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
-MOM 도입 배경과 기대 효과는?
▲ MOM을 정확하게 정관에 반영을 하겠다. 그리고 어떤 정책을, 예를 들어 이사회에 이사를 추천하는 방법, 기존 주주와 소액주주와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소액주주의 의견을 더 중하게 반영할 방법 등을 찾느라고 MOM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영풍 측에선 지속적으로 미국 신규 사업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지금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활용 수집 및 트레이딩 사업을 통해 15만 톤에 해당하는 동을 2028년까지 공급하고 그 원료를 온산제련소로 가져다 친환경 동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적이다. 저희가 지금 왜 미국에다 이런 투자를 하는지에 대해 (영풍이)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구나라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다.
-추후에 유통주식 확대할 방법을 마련해 놓은 게 있는지?
▲ 유통물량에 대한 이슈는 아직까지 존재한다. 어떤 분은 액면 분할을 통해 부분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도 있었다. 또 액면분할 방법이 어떤 면에서는 좀 걱정된다는 의견도 받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상황은 아니다.
- 이사회 의장 사퇴 절차는?
▲ 빠른 시일 내에 저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 회사의 경영자로서만 그리고 이사회의 평이사로서만 역할을 하면서 고려아연을 위해 계속 일하고자 한다. 이것은 정관 변경사항이고 정관 변경 사항이기 때문에 특별 주주총회를 통한 특별 결의가 필요하다. 아마도 영풍·MBK도 동의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매입한 1.4%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넘길 계획인지?
▲ 아직까지 결정한 바가 없다.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적법하게 결정하겠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와 소통은 하고 있는지?
▲ 이미 임시주총은 소집이 청구가 된 상태고 아마 법원의 판단에 따라 그 기준일이 언제든지 간에 언젠가는 열릴 거다. 고려아연의 방향과 경영권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분들의 규모와 독립성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크게 판을 흔드는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의 경쟁 대상이 MBK·영풍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 공개매수부터 유상증자 철회까지 일련의 과정 중에서 이사진분들 중에 배임 같은 위법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 이사가 있었는지
▲ 10월 2일 저희가 공개매수를 결정했고 그때 선택은 83만원의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을 방어할 것이냐, 아니면 영풍·MBK에 이 회사의 경영권을 넘길 것이냐 두 가지 중에 선택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였다. 이 선택이 절대로 배임이 아니라는 것, 그 가격조차 너무 높다고 누가 말할 수 없다는 점,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서 대응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점 등은 이미 법원에서 판결이 다 내려진 사항이다.
제가 지난 60일을 지나면서 배운 것이 하나가 있다면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저를 비롯한 제 주변의 분들은 지난달 23일 저희의 공개매수가 끝나고 나서 상한가를 치면서 아주 적은 거래량을 통해서 엄청난 주가가 변동하는 현상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이 저희의 실수라면 실수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