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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표대결 직행하는 고려아연…표심 잡을 핵심 주장은

  • 2024.11.13(수) 15:30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지분 추가 확보 기회 사라져
MBK-영풍, 지분 3.8%p 앞선 상황에서 임시주총 돌입
국민연금 등 주주 표심 잡기 위한 의결권 확보전 진행
고려아연 "경영능력" vs MBK "거버넌스 개선" 강조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의 승부수로 내세웠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국 철회하면서, 연말 또는 내년초 열릴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에 이목이 쏠린다.

어느 한쪽도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 측은 경영능력을 강조하고, MBK-영풍은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며 표심 호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달 30일 발표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철회로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 추가 확보의 기회도 사라졌다. 만약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을 통해 약 3.34%의 우호지분을 확보, MBK-영풍의 지분을 넘어설 수도 있었다. ▷관련기사: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확보 작전…'우리사주 우선배정'(10월 30일)

하지만 유상증자가 없던 일이 되면서 지분확보 싸움에서는 MBK-영풍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로 논란에 휩싸인 사이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39.83%로 끌어올렸다. 

반면 최윤범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지분 매각으로 오히려 우호지분이 줄었다. 다만 한화 등 우호세력의 지지는 여전하고, 일부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방안까지 고려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최 회장 우호지분은 36.05%로 추산된다.

MBK-영풍이 3.78%포인트 가량 앞선 상황이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양측 모두 이사회 장악 또는 방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일반주주의 지원이 필요해졌다.

특히 국민연금 판단의 중요성이 크다. 주주총회는 지분율이 아닌 의결권 기준으로 대결한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자사주, 공익재단 보유지분)을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 MBK-영풍은 44.71%, 최윤범 회장은 40.42%, 국민연금은 8.4%, 일반 주주는 6.47%를 갖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구조

주총에는 현실적으로 유통주식 모두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국민연금 표심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장기 투자자 성격의 국민연금을 설득하는 것이 경영권 분쟁의 결과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윤범 회장 측은 지금까지 고려아연을 경영해 왔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장기 경영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등 경영능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려아연은 분쟁 상대방인 영풍을 앞서는 실적을 내고 있다.

영풍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고려아연은 영업이익이 감소 추세를 보이긴 하지만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풍은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60일 판결에 이어 대구지방환경청 수시 점검에서 허가 조건 불이행 적발로 추가 10일 정지 처분을 처할 위기에 처했다. 영풍이 경영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는 가운데 파트너인 MBK도 고려아연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점도 최 회장측이 내세울 논리다.

반면 MBK-영풍도 할 말이 많다. 이미 최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고려아연 거버넌스 문제를 개선하면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MBK-영풍은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사장으로 취임한 2019년 이후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물려받아 투자를 이어 나가겠다고도 했다.

또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인수가 부적절하다며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다가올 주총 안건으로 이사선임 뿐만 아니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까지 제시하며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내고 있다.

최윤범 회장이 13일 유상증자 철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사회의장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MBK측의 거버넌스 개선 논리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주총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내역을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줘 왔다.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와 영풍은 배당 안건, 정관변경 안건으로 맞붙었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는 주당 5000원의 배당금을 제시했고, 영풍은 주당 1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안건을 올렸다.

또 고려아연은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표준정관에 따라 국내 법인에도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올렸고 영풍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주총 결과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이사회 측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또 지난 2022년 정기 주총에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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