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전략적으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제기한 임시 주주총회를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시 주총을 둔 법적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법원이 주총을 허가하게 되면 의장 등을 영풍·MBK 연합이 결정할 수 있어서다.
지난 1일 영풍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허가'에 대한 심문기일이 이달 27일 열린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28일 고려아연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했지만, 고려아연이 주총 소집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임시 주총 안건은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 등이다.
영풍·MBK 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9.83%로, 의결권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33.13%)에 MBK 공개매수(5.32%)와 장내 매수(1.36%) 등을 더한 결과다. 의결권에서 앞선 만큼 빠르게 임시 주총을 열어, 고려아연 이사를 교체해 이사진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속전속결 전략인 셈이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이 우군과 함께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35%대로, 자력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긴 힘든 상황이다. 최근 고려아연 우군으로 분류된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 지분(0.8%)을 매각하며,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분 역전을 위해 짜낸 2조5000억원 일반공모 유상증자도 여론 악화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지분 싸움에서 역전할 방안을 찾기 전까지 주총을 최대한 지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임시 주총 '지연 전략'은 오는 27일 심문기일 이후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법원 판단의 무게중심이 영풍 쪽으로 기울게 될 경우, 법원의 판단 전에 고려아연이 자체적으로 임시 주총 소집을 결정할 수 있다. 임시 주총 의장, 개최 시기 등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다.
상법 제366조(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를 보면 주주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총을 소집할 경우 주총 의장은 법원이 이해관계인의 청구나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임시 주총 의장 자리를 영풍 측에 빼앗길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임시 주총 공고, 주총 참석 주주를 확정하는 주주명부 기준일 설정 등도 영풍 측이 결정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소송 막판에 회사가 질 것 같으면 법원 최종 결정까지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임시 주총을 수용할 수 있다"며 "회사 측이 임시 주총 의장 등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