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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 분쟁 승소한 태광, 애경 인수·12조 투자 '본궤도'

  • 2025.09.11(목) 09:39

트러스톤 제동 무산…3200억 EB 발행 속도전
17년 멈춘 M&A 재개…B2B에서 B2C로 전환
태광 투자 가속…이호진 복귀·주주 신뢰 변수

/그래픽=비즈워치

태광산업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분쟁에서 승소했다.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태광은 3200억원 규모 EB 발행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애경산업 인수와 1조5000억원 신사업 투자 계획은 물론, 향후 10년간 12조원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 구상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현금 1조 보유에도 EB 발행 택한 이유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트러스톤이 제기한 EB 발행 금지 가처분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자금 조달은 이사회 경영 판단에 속하며 법령과 정관에 부합하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태광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 시행된 상법 개정안이 명시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개정 상법 시행 후 첫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러스톤은 교환가액이 낮아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트러스톤이 보유 주식을 교환가액 이하로 매각한 사실을 들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 이상 주주 이익 침해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태광 vs 트러스톤 주요일지./그래픽=비즈워치

태광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유안타인베스트먼트)은 이미 애경산업 지분 63%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인수가격은 본입찰 당시 6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사업 부진, 1분기 실적 급감,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시장 의구심, 인수 후보 이탈 등이 가격 현실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총부채 4조원, 부채비율 328.7%에 달하는 AK홀딩스의 유동성 부담도 매각가 조정에 힘을 보탰다.

태광산업은 상반기 말 기준 유동자산 2조7100억원, 현금성 자산 1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내부 현금만으로도 단일 인수는 가능하다. 그럼에도 EB 발행을 택한 이유는 애경 인수 외에도 섬유·석유화학 구조 개선, 신규 에너지 투자, 부동산 개발 등 복합적 자금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법원 역시 EB를 '현금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면서 투자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평가했다. 다만 주주가치 희석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사용처의 투명성과 성과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남는다.

현금부자에서 투자 실행자로

법원 판단으로 태광의 투자 시계는 다시 움직이게 됐다. 17년간 멈췄던 M&A가 재개되면서 화학·섬유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소비재·부동산·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

태광은 곧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사업 목적에 화장품·부동산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주총 소집 공시를 감안하면 3~4주 내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총 1조5000억원 규모로 제시한 투자 로드맵 역시 본격화된다. 현재 가시화된 안건은 애경산업 인수이며 EB 자금 일부가 여기에 투입될 예정이다. 태광은 "지난달 22일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매각주관사나 매도인으로부터 공식 통보는 아직 받지 못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그래픽=비즈워치

투자 행보가 빨라지면서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설도 다시 부각된다. 2023년 복권 이후 현재는 비상근 고문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주요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트러스톤 역시 태광 저평가 해소를 이유로 사실상 복귀를 요구해왔다.

태광 측은 이 전 회장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10년간 12조원 투자 계획과 EB 재개 등 공격적 행보는 오너 리더십 복원의 신호로도 해석된다. 다만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는다.

시장에서는 "법원이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해 기업 자율성을 존중한 첫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주주 신뢰 회복 없이는 향후 투자 전략에도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경고가 동시에 나온다. 태광이 현금 부자 껍데기를 벗고 '투자 실행자'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가 향후 10년 그룹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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