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산업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3200억원 규모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을 결국 철회했다. 주주 반발과 금융감독원 제동에 이어 주가 급락까지 겹치며 발행 명분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태광산업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 6월 공시한 EB 발행과 자사주 처분 계획을 취소했다. 회사는 "주주와 이해 관계자 의견과 시장 여건 변화 정부 정책 방향 등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며 "주주가치 보호 측면에서 철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EB는 자사주 24.41% 전량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방식이었다. 교환권이 행사되면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돼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사들의 위법행위 중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금융감독원도 신고서 누락을 문제 삼아 정정명령을 내리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발행 여건 역시 빠르게 나빠졌다. 지난 5개월간 태광산업 주가는 급락했고 조달 비용은 크게 늘었다. 회사는 "조건 재조정이 지연돼 신속한 조달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구조 재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과 섬유 주력 사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매출은 2018년 3조원에서 지난해 2조2122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2022년부터 적자를 이어왔다. 올해 3분기 누적 손실은 2891억원이다.
시설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태광산업은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1조5000억원 투자 계획에도 EB 조달액 3186억원이 포함돼 있어 철회에 따른 일부 일정 조정은 불가피하다. 회사는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할 경우 내년 상반기 예비운영자금 확보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신사업 확장 전략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과 애경산업 인수를 본계약까지 매듭지었고, 화장품·에너지·부동산·조선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EB 철회로 법적 분쟁은 일단락됐다. 트러스톤은 이날 가처분을 취하하며 "주주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태광산업 앞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PBR이 0.17배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거래량도 극히 낮은 수준이다. 트러스톤은 "신사업 추진과 함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익 배분 구조와 신사업 이익 공유, 자사주 활용 방안 등 주주정책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사업 재편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주주와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신뢰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