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선 부활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가 한국 조선사들의 손에서 현실화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안이 구체화되며 한국이 투자를 주도하고 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졌다. 현금 부담을 줄이면서도 미국 내 조선소 현대화와 기술 이전,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만큼, 우리 기업들의 미국 조선 시장 진출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금 부담' 해소 물꼬…마스가 주도권, 한국 손에
30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경제수석은 지난 29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마스가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는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한다"며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규 선박 건조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 당시 제시됐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화 버전이다. 당시 미국은 이 가운데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를 포함한 전체 금액을 현금성 투자로 해석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컸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조선업 협력에 한해 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이 허용되면서 기업들의 현금 압박이 크게 완화됐다.
이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로, 기업이 직접 거액의 현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당초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현금성 투자로 해석하면서 1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합의로 보증을 통한 조달이 가능해지며 기업들의 자금 압박이 크게 완화됐다. 조선사들은 유동성을 지키면서도 프로젝트 참여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한·미 정부가 합의한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주도권이 재확인되면서 조선사들이 추진할 사업 방향과 구조를 보다 폭넓게 제안·조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번 합의로 사업 설계 단계부터 한국 조선사들의 역할이 강화된 만큼, 향후 미국 내 조선소 현대화와 기자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美 현지 투자·협력 속도전
국내 조선 3사는 일제히 미국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은 이번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현지 생산 기반을 토대로 조선소 현대화와 대규모 증설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며 미국 내 건조 역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에 50억 달러를 투입해 연간 1.5척 수준인 생산 능력을 20척까지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며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적 무대로 더욱 부상했다. 이번 승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공급 협력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양국 방산 협력이 조선·해양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중국은 이달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필리조선소 포함)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한미 조선협력에 견제구를 던졌으나 이번 발표로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한화오션의 미국 사업은 오히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HD현대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한국산업은행과 손잡고 5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현대화, 기자재 기업 투자, 자율운항 기술 개발 등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HII)와 상선·군함 설계 및 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 협약으로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 작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 27일 APEC 부대행사 '퓨처테크포럼: 조선'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가장 준비된 파트너로 HD현대를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과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맺고 미 해군 함정의 정비·보수(MRO)와 조선소 자동화, 미국 국적 선박 신규 건조 분야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미국 내 방산·상선 분야에서 기술 협력 기반을 확장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 여건이 한층 유리해졌다고 보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박금융 등 다양한 보증 방식을 통해 한국 조선업의 미국 진출 기회를 활용할 수 있어 우리로서는 자유도가 높고 전략적으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