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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대화 없다"…삼성전자 총파업, 강대강 국면으로

  • 2026.05.15(금) 12:30

삼성 노사 협상판 깨졌다…성과급 갈등 격화
노조 "기존안 반복뿐"…사측 공문 사실상 거부
HBM 라인까지 비상관리…생산 차질 우려 고조

지난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사실상 '강대강'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사측이 "조건 없이 다시 만나자"며 막판 대화를 제안했으나 노조는 "교섭은 6월에 하면 된다"며 총파업 강행 방침을 못 박았다. 

"전영현 직접 답하라" 최후통첩에도 평행선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에 공문을 보내 기존 협상안을 다시 제시했다. 사측은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경제적부가가치(EVA) 중 선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상한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기존 OPI를 유지하되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하자"며 "회사는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사측이 총파업 직전까지 협상 불씨를 살리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노조는 사실상 퇴로를 닫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조에 보내는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교섭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6월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정된 총파업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노조는 사측이 핵심 요구인 성과급 투명화·상한 폐지·제도화와 관련해 사실상 아무런 새로운 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전날 "대표이사가 직접 답변하라"며 이날 오전 10시까지 구체적 입장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기존 협상안을 되풀이한 수준의 공문뿐이었다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를 향한 노조의 불신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최 위원장은 이날 사후조정 당시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중앙노동위원회는 더 이상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정안을 요구하자 조사관이 문을 막고 나가는 것을 제지했고 조정위원은 소리를 지르며 회의장을 나갔다"고 말했다.

중노위 회의장 충돌까지 공개

공개된 녹취록에는 노조 측이 중재 과정 자체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장면도 담겼다. 최 위원장은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삼성전자 실적 전망을 언급하자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300조원 수준인데 200조원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정상적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반도체도 모르고 실적 규모 자체도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노위 측은 노사 간 접점을 찾겠다며 중재에 나섰지만, 최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조정 요구안을 냈는데 회사는 왜 계속 기존 집중교섭 이야기만 반복하느냐"며 반발했다. 이어 "더 이상 회사와 이야기할 생각이 없으니 조정안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지난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사후조정은 노조 측이 조정 결렬을 선언하면서 끝났다.

노조 내부 균열도 심상치 않다. 최근 DX 부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DS 중심 교섭 구조로는 전체 조합원을 대표할 수 없다"며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 기간 조합비 인상에 반발하며 탈퇴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미 생산 차질 최소화를 위한 비상 관리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최근 신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 믹스를 재편하는 '웜다운' 작업에 착수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짧은 생산 중단만으로도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삼성전자 평택공장 정전 사고 당시 28분간 라인 가동이 멈추면서 약 500억원 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총파업으로 생산라인이 장기간 흔들릴 경우 직간접 손실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엔비디아·AMD·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설 경우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빈틈을 파고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SNS를 통해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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