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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만석인데 이익 못 채운 항공사들…줄줄이 적자 방어 실패

  • 2025.11.25(화) 06:50

글로벌 공급 확대·운임 정체로 성수기 효과 약화
천장 모르고 치솟는 환율에 비용 압박 누적
LCC 4곳 모두 적전…공급 과잉·정비비 등 직격탄

그래픽=비즈워치

항공업계 최성수기인 3분기에도 침체된 실적 흐름은 반전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 확대와 운임 정체, 환율 상승이 겹치며 주요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성수기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탓이다. 

여객은 늘었지만 가격을 충분히 받지 못한 가운데 달러 결제 비중이 큰 정비비·리스료·항공유 비용이 동시에 오르며 수익성이 빠르게 깎였다. 최장 열흘에 달했던 추석 연휴가 10월로 이월된 구조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전통적 성수기였던 3분기 실적은 업계 전반에서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운임 정체·고환율·비용 변수…실적 짓누른 3대 악재

25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올 3분기 성수기 수요 증가에도 '제값' 못 받은 성수기를 보냈다. 글로벌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 강화로 여객 운임이 제자리걸음한 데다 추석 연휴가 10월로 넘어가면서 여름과 9월 수요의 탄력이 약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대형항공사와 제주항공·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 모두 매출 감소·영업이익 급락을 기록한 근본 배경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높은 환율은 꾸준히 항공업계를 압박했다. 올해 3분기 평균 달러·원 환율은 1386.16원으로 전년(1358원) 대비 약 28원 높았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고환율에 추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항공기 리스비·정비비·보험료·유류비 등 달러 결제 비용이 동반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이 발생하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환율 변동이 10%만 움직여도 세전이익이 4500억원가량 줄어든다. 

11월 들어 환율은 한때 1450원선을 돌파하며 항공사들의 4분기 비용 압박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동계 시즌을 맞아 공급은 늘고 있지만 여객 수요 증가율은 제한적인 만큼 운임 방어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회성 비용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통상임금 변경에 따른 퇴직급여 충당부채 증가, 조업료 소급 인상분 지급 등이 반영되며 영업손실 폭이 확대됐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은 단거리 공급 과잉 속에서 일본노선 심리 위축, 중국 수요 정체 등이 겹치며 운임이 하락했다.

LCC 전원 적자…티웨이, 외형 키웠으나 손실 확대

국내 주요항공사 3분기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대한항공은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4조85억원, 영업이익 37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39% 감소했다. 여객 수요는 늘었지만 글로벌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로 여객 단가가 떨어졌고 미국 입국 규정 강화 등 일부 장거리 노선의 수요 제약도 반영됐다. 화물 부문 역시 미국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무역 둔화 영향으로 매출이 줄며 전년 대비 약세를 이어갔다.

비용 측면도 부담이 컸다. 올해 들어 신규 기재 도입이 이어지면서 감가상각비와 정비비, 공항 이용료 등 고정비가 늘었고 환율 상승이 리스료·보험료 등 달러 결제 비용을 밀어 올렸다. 연료비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증가한 고정비와 환율 효과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 사업 매각 영향으로 매출이 1조4643억원으로 22.1% 줄었다. 영업손실은 1757억원으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화물 매출이 1년 새 66% 급감하며 수익 기반이 크게 약화된 데다 통상임금 변경·조업료 소급 인상 등 일회성 비용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반영됐다. 여객 부문에서도 미국 입국 규정 강화와 시장 공급 경쟁 심화로 장거리 핵심 노선의 단가가 떨어지면서 기존처럼 여객으로 화물 부진을 만회하기도 어려운 구조가 뚜렷했다.

그래픽=비즈워치

LCC는 4곳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맏형 제주항공은 매출 3883억원, 영업손실 550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 줄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환율 상승으로 임차료·정비비 등 고정비가 늘어난 데다 일본 지진설 여파로 주력인 일본 노선의 심리가 위축되고 단거리 공급이 과잉되면서 운임이 떨어진 탓이다. 성수기 수요가 집중됐던 일본·동남아 노선에서 가격 방어가 무너지며 추석 연휴가 10월로 이연된 영향까지 겹쳐 수익성 회복 동력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은 LCC 중 가장 큰 여객 규모와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시장 입지를 방어했다. 기단 현대화와 구매기 확대 전략도 지속 중이다. 신규 도입한 B737-8 비중을 늘려 연료 효율을 높이고, 경년 항공기는 순차적으로 반납하며 원가 구조를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국내 주요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했다. 매출은 44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늘었고 중대형 기재 투입과 장거리 취항 확대에 따라 좌석 공급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공급 확대에 비해 수요와 운임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국제선 탑승률은 81.6%로 전년 대비 4%포인트 떨어졌고 운임도 하락했다. 무엇보다 장거리 운항 증가로 연료·정비·체류비 등 매출원가가 36% 급증해 영업손실은 955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부가서비스 매출이 49.6% 늘었지만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에어는 매출 3043억원으로 16.5% 줄었고 영업손실은 22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고환율·여행심리 둔화·경쟁 심화 등 복합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에어부산은 매출 17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28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서며 전년 대비 실적이 후퇴했다. 단거리 공급 과잉, 수요 둔화, 환율 상승에 따른 정비비·기재 비용 증가가 모두 반영됐다.

항공업계는 4분기 추석·연말 성수기 수요가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최근 급등한 환율·관세 변수·경기 둔화가 여전히 부담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이미 1400원대 중후반까지 올라온 상황이라 비용 부담은 4분기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급 경쟁이 심한 데다 운임 반등 여력도 크지 않아 단기 실적은 보수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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