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과반노조 지위를 잃었다. 임금협상 과정서 급격히 몸집을 불렸지만 협상 타결 이후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조합원 이탈이 이어진 결과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기준 5만8000명대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12만8881명)의 절반인 6만4440명에 미치지 못한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4월 중순 조합원 7만6000여명을 확보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과반노조 및 법적 근로자대표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약 한 달 반 만에 과반 지위를 반납하게 됐다.
조합원 감소세는 지난 5월 20일 노사 잠정합의 이후 가속화됐다. 협상 타결 직후 7만명 선이 무너졌고 이후 일주일여 만에 1만명 이상이 추가로 노조를 떠났다. 지난 5월 27일 실시된 임금협약 찬반투표에서는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80.6%가 찬성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당시 반대표를 행사한 조합원 상당수가 탈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DS vs DX' 균열…삼성 노사 새 변수로
갈등의 진원지는 '성과급 배분 방식'이다. 노사는 이번 협상에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안팎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수준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별 보상 규모가 크게 벌어졌다.
DS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적자 사업부로 분류돼 DS 공통 재원만 적용받는다.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성과급 규모는 1억6000만원 수준으로 메모리사업부와 상당한 격차가 난다.
당초 노조는 재원의 70%를 DS 전체에 배분하고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연동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최종 합의는 공통 40%, 사업부별 60%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비메모리 사업부의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업노조를 떠난 조합원들은 다른 노조로 이동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5월 20일 1만6000명 수준에서 최근 2만명을 넘어섰다. 동행노조도 2600명대에서 2만1000명 규모로 급성장했다. 특히 DX 부문 조합원들의 이동이 두드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과반노조 지위 상실은 조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구성과 근로자대표 역할을 사실상 주도해왔지만 앞으로는 해당 권한을 독점할 수 없다. 내년 임금·단체협상에서도 전삼노와 동행노조 등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초기업노조는 조직 정비에 착수했다. DS와 DX를 분리해 운영하는 '투트랙 교섭' 체제를 검토 중이며 오는 17일 최승호 위원장 재신임 투표도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삼성전자 노사 지형 변화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성과급 확대라는 공통 목표 아래 결집했던 조합원들이 협상 이후 사업부별 이해관계에 따라 재편되고 있어서다. 과반노조를 발판으로 급성장했던 초기업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추슬러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