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한솔테크닉스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심으로의 체질 전환에 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품사인 윌테크놀러지 인수를 선언한데 이어 매출이 줄고 있는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매각, 경영 효율화를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윌테크놀러지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도 최근 주가 상승에 힘입어 청신호가 켜지면서 반도체 소부장 '올인' 행보가 순항할지 주목된다.
후공정 밸류체인 구축 가속도
11일 한솔테크닉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오창공장 토지와 건물 일체를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인 코스메카코리아에 64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자산 처분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발 저가 공세로 인한 실적 둔화 주범이었던 태양광 제조 시설을 유동화해 고정비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한솔테크닉스는 가전 부품 수요 둔화와 태양광 부문의 적자 누적이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79% 급감한 204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은 6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번 오창공장 매각은 한솔테크닉스가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글로벌 생산 거점 재편과 사업 효율화 작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기존에 태국과 베트남으로 나뉘어 있던 TV용 파워보드 생산을 베트남 호치민 공장으로 일원화하고 태국 법인은 가전용 파워보드 전문 생산법인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와 동시에 태양광 모듈 사업을 자회사 한솔에너지온으로 분리해 독립 채산 체제로 돌리는 등 효율화 방안을 전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그간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 기지로 활용돼 온 오창공장은 자연스럽게 유휴 자산으로 분류됐다.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과 사업 구조 분할로 국내 공장의 활용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이처럼 가동률이 떨어진 자산을 적기에 처분해 재무 완충력을 키우는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상 이번 매각 대금이 윌테크놀러지 인수 자금 계획에 직접 매칭돼 있지는 않지만 대규모 M&A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회사 전반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적 충격을 완충하는 실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솔테크닉스 관계자는 "이번 자산 매각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자산 재편은 그룹 차원에서 전개해 온 중장기 체질 개선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한솔그룹은 2022년 반도체 칩을 웨이퍼에 새기는 앞 단계 공정인 전공정 장비 부품사 한솔아이원스를 1275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에스아이머티리얼즈 등을 연이어 편입했다.
이번에 후공정 밸류체인의 핵심인 윌테크놀러지까지 품에 안으면서 첨단 소부장 중심의 사업 구조 대전환을 본격화하기 위한 핵심 기반을 완성하게 됐다. 윌테크놀러지는 반도체 칩의 불량 여부를 테스트하는 비메모리 검사 부품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674억원과 영업이익 96억원을 거둔 알짜 회사로, 매출의 89%가 삼성전자에서 발생하는 핵심 협력사다.
주가 폭등에 3배 불어난 실탄…유증 자체는 주주 부담
최근 한솔테크닉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이 9350원으로 산정되면서 총 조달 자금 예상 규모는 당초 계획했던 450억원에서 1161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신사업 진출 호재가 주가를 단기간에 밀어올리면서 신주 발행 물량의 가치가 커진 결과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7월13일 2차 가액 산정을 거쳐 확정된다. 최근 주식시장 조정을 감안하면 최종 발행가가 현재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변동폭을 고려하더라도 당초 예정액보다는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오창공장 처분 대금 640억원과 유상증자 조달 대금을 포함하면 한솔테크닉스는 최대 1800억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윌테크놀러지 총 인수 계약 금액인 1772억원을 웃도는 재원을 쥐게 되는 셈이다. 자금 유입 기대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사모사채 발행 규모는 63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향후 본격화될 실적 성장세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솔테크닉스 실적은 윌테크놀러지의 연결 반영을 제외하고도 생산 체계 재편에 따른 본업 효율화와 한솔오리온텍의 실적 온기 반영에 힘입어 매출액 1조3637억원, 영업이익 886억원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국내 유일의 비메모리향 프로브카드 공급업체인 윌테크놀러지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증설 투자와 중국 고객사향 공급 확대를 가속화하며 강력한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인수자금 조달 구조와 신주 발행 부담은 주시할 대목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윌테크놀러지 인수 대금 1772억원 중 약 157억원은 지난 4월 계약금으로 주고 잔금 1615억원은 거래종결일 지급할 예정으로 은행 차입 조달 등을 통해 마련 예정인 자금 1161억원을 본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할 계획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주가 변동에 따라 최종 발행가액이 1차 가액보다 낮아지면서 조달 규모가 예정액에 못 미치면 유증 대금으로 상환치 못한 브릿지성 차입 잔액은 회사의 단기 채무 부담으로 남게 된다.
유증 자체에 따른 기존 주주 부담도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30.55%에 육박하는 1241만4000주의 신주가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며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