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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최태원 '9440억' 마련 어떻게?…'재원 셈법' 복잡해졌다

  • 2026.07.27(월) 15:30

SK㈜ 공동재산 인정…주식 대신 현금 지급
노소영 33.3% 기여도 인정…주가 상승분 비율 반영
전문가 "담보대출·배당 확대 유력, 지분 매각은 후순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을 받으면서 재계의 관심은 재원 마련 방안에 쏠리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흔들지 않으면서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최대 관심사인데요. 법원이 SK㈜ 주식을 직접 나누는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그룹 지배구조는 유지됐지만, 최 회장은 거액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20% 예상 깨고 33.3%…9440억의 배경

최태원-노소영 이혼 관련 주요 일지./그래픽=비즈워치

지난 24일 서울고법 가사1부는 양측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죠. 대법원이 문제 삼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과 혼인관계 파탄 이전 경영권 유지를 위해 증여한 주식 등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공동재산으로 인정한 것이 핵심입니다.

이번 판결은 재산분할과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가사와 자녀 양육, SK그룹 관련 대외활동 등이 SK㈜ 주식 가치의 형성과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지배구조의 핵심인 SK㈜ 지분이 직접 이동할 경우 그룹 경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주식 이전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죠.

당초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의 재산분할 기여도가 항소심의 35%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한 만큼 기여도가 '20% 안팎'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죠.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노 관장의 기여도는 3분의 1(33.3%)로만 소폭 낮아졌고요. 재산분할금도 9440억원으로 2심(1조3808억원)보다 줄었지만 감소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주식 가액은 기존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파기환송심 진행 과정에서 급등한 주가는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하는 절충안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이번 파기환송심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SK㈜ 주식 가치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였습니다. 재판부는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을 기준으로 삼았는데요. 당시 SK㈜ 주가는 약 16만원이었지만 파기환송심 변론이 마무리된 지난 6월에는 81만5000원까지 치솟았죠.

평가 시점은 재산분할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였습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17.9%)과 노 관장의 기여도를 20%로 단순 적용하면 재산분할금은 주가 16만원 기준 약 4100억원, 81만5000원을 적용하면 약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납니다. 평가 시점만 달라져도 재산분할 규모가 1조5000억원 이상 차이 나는 셈이었죠.

재판부가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지난해 대법원이 이혼은 확정하고 재산분할만 파기환송했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이 이혼 부분에 대한 상고를 취하하면서 이혼이 먼저 확정됐고, 이에 따라 재산 평가 기준도 환송 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고정된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만약 이혼과 재산분할을 함께 파기환송했다면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주식 가치를 다시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분할 규모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가액은 종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이후 주가 상승은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법무법인 새올 대표변호사도 "주식 가액은 종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했지만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사정은 공평의 원칙 차원에서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하면서 결과적으로 2심과 큰 차이가 없는 결론이 나왔다"며 "전체적으로 적정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담보대출부터 SK실트론까지…재원 마련 셈법

최태원-노소영 이혼 및 재산분할 재판 주요내용./그래픽=비즈워치

SK그룹 지배구조에 당장의 변화는 없게 됐지만 최 회장은 현금 944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문제는 개인 자산 대부분이 SK㈜ 지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인데요. 재계에서는 경영권 안정과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여러 조달 방안을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거론되는 카드는 주식담보대출입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297만여주(17.9%)로 선고일 종가 기준 약 8조1700억원 규모입니다. 항소심 당시 약 2조원 수준이던 가치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투자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4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담보 여력도 크게 늘었죠.

변수는 이미 상당수 지분이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약 21%는 담보로 설정돼 있습니다. 추가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떨어져 추가 담보 제공이나 조기 상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지분 매각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적은 물량만 처분해도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요. 현재 주가 기준으로 SK㈜ 지분 1%만 매각해도 약 46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총수의 지분 매각은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투자자들이 최고경영자의 지분 처분을 향후 기업가치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고 경영권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배당 확대도 유력한 카드로 꼽힙니다. 지난해 최 회장의 주요 현금 수입은 SK㈜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수 82억5000만원, SK㈜ 배당금 약 1038억원 수준으로 9440억원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죠. 이에 시장에서는 SK텔레콤 등 현금창출력이 높은 계열사의 배당이 확대되면 SK㈜를 거쳐 최 회장에게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약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만큼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수입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일부 지분 매각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시장 충격을 고려하면 우선순위는 담보대출이 더 높고, 필요하면 블록딜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개인 보유 자산인 SK실트론 지분으로도 향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를 약 1조원 안팎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SK㈜ 역시 SK실트론 지분 70.6% 매각을 놓고 두산그룹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죠.

그러나 SK실트론을 개인 재원 마련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함께 실리콘 웨이퍼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그룹 내부에서도 SK실트론을 단순한 매각 대상이 아닌 핵심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이번 판결의 핵심은 개인의 재산분할 문제이지 그룹 경영전략의 변화는 아니다"라며 "SK실트론은 AI 시대 전략 자산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개인 재원 마련 문제가 그룹의 핵심 사업 전략을 좌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원칙 아래 개인 자금 문제와 명확히 구분돼야 시장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죠.

한편 실제 자금 조달 방안이 확정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고를 포기할 경우 판결문 송달과 상고 기한 등을 감안하면 약 한 달 안에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손해금도 발생하게 됩니다.

재상고를 선택하더라도 결론이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재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하는 절차가 아닌 법률심인 만큼 특별한 법리 오해가 없는 이상 이번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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