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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R 완화로 가장 덕 볼 증권사는?

  • 2014.04.09(수) 11:33

대우증권 NCR·증가폭 1위
현대증권 라이센스 가치 주목
"실제 수혜 여부는 더 지켜봐야"

증권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17년만에 전면 개편되면서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형사에겐 축복, 중소형사에겐 재앙이다. 대형사들은 커진 혜택을 십분 활용하고 중소형사들은 가능한 부담을 줄이면서 둘 간의 격차를 더욱 벌릴 전망이다.

 

다만 표면적으로 대형사들의 기회가 커진 것은 맞지만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에 걸맞는 투자여건이나 리스크 관리 능력, 정보의 투명성도 갖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규제완화 측면에서 이를 반기면서도 증권사들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시키 수 있는지 여부를 관건으로 지목했다.

 

◇ 대형사 투자여력 커진다..소형사 자본확충 부담

 

그간 순자본 규모가 아닌 비율만 따지면서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 규모가 넉넉하더라도 NCR이 낮게 나왔다. 반면 위험투자를 줄여온 자본잠식 증권사의 NCR은 높아지면서 정확한 재무건전성의 잣대가 되지 못했다.

 

새로운 공식이 적용되면 증권사 전체 평균 NCR은 소폭 증가에 그치는 가운데 대형사는 476%에서 1140%로 확 늘고, 소형사는 618%에서 181%로 급감한다. 대형사들은 숨통이 트이고 소형사들은 몸집에 비해 과도한 핵심사업별 자기자본을 줄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재편을 유도하겠다는 계산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정기시정조치 기준을 완화하면서 경영개선 '권고' 기준을 150%에서 100%로 낮췄다. NCR이 높다고 더 우량한 회사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그간 NCR을 맞추기 위해 증권사들이 쌓았던 불필요한 자본을 투자 쪽으로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면서 NCR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일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NCR이 476%인 대형 증권사가 변경된 NCR 기준으로 200%를 맞추게되면 약 10조원의 신규투자 및 대출 행위가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이런 자본을 통해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 출자나 신용공여를 늘릴 수 있고 투자은행(IB) 업무 확대를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휴자금은 트레이딩이나 자기매매에 활용되거나 중위험 중수익 상품 발행이나 펀드 투자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자본여력이 커지게 되면 은행과 기업금융 경쟁을 벌이면서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증권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NCR이 하락하면 이들의 주요 수익원인 도매영업이나 기관투자가 대상 인수 영업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기존 라이센스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고, 2015년 콜 차입 제한까지 감안할 경우 자본확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대우증권 변경 NCR, 증가폭 1위..현대증권 라이센스 가치 올라갈듯

 

새로운 기준에 따라 가장 수혜를 보게될 증권사는 어디일까. NCR 개편 전까지 NCR이 가장 높은 대형 증권사는 636%의 삼성증권이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500%대, 신한과 하나대투, 한국투자증권은 400%대였다. 그러나 NCR이 변경되면 대우증권이 1544%로 1위로 올라서고, 삼성과 우리, 한국투자증권도 1000%대로 NCR이 높아진다.

 

▲ 데이터 출처:동양증권, 단위:%, %P

 

기존에는 유화증권이 1049%로 NCR이 가장 높았고 키움과 신영증권도 상위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NCR이 변경된 후에는 상위 10위권 안에는 대형사가 나란히 포진하게 된다. 자산규모에 걸맞게 NCR 순위도 다시 매겨지는 셈이다.

 

대형사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대우증권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이 사라지는데다 IB나 해외진출 부문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고 KDB산업은행과의 공조 역할도 장점으로 지목됐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단순하게 NCR 개편효과를 보면 대우와 우리, 삼성, 한국투자증권 순으로 NCR 증가폭이 큰 증권사가 수혜를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증권의 경우 매각을 앞두고 라이센스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는 대우증권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투자여력≠수익..자본 상응하는 경영의 질 갖춰야

 

다만 투자여력이 높아졌다고 이것이 수익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투자에 나서고, 이를 적정한 곳에 투입해 성과를 거둬야 비로소 증권사의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 탓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대상을 찾기 쉽지 않은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NCR 개편으로 대형사들은 투자 없이 설비를 증설한 효과를 얻지만 자본효율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확대되는 투자여력에 상응하는 심사와 리스크 관리 자원이 보강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에 부응할 수 있게 금융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수요확대가 따라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도 "기대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투자 여건 개선이나 증권사의 투자기회 확보가 동반되야 한다"며 "전면시행이 2016년인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연구원은 "증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위험액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질을 늘려야 할 것"이며 "경영공시 투명성 또한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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