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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경제학 쟁점셋]②"투자 못해서" vs "배당 안해서"

  • 2014.07.24(목) 09:52

기업 사내유보금·현금자산 비중 늘어..투자감소 이유
기업들 "투자여건 만들어달라"..적정배당 고민은 필요

2막1장. 기업 곳간에 쌓인 돈 대체 얼마길래

 

한국 기업들은 배당을 안 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이를 따져보기 위해 먼저 기업들의 현금이 어느정도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기업들인 수치상으로 현금 규모는 상당하다. 최근 5년간 국내 비금융 상장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증가해 2009년 100조원대에서 지난해말 1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총 자산에서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최근 3년간 국내 10대그룹 사내 유보금은 평균 29% 증가했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들의 당기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한 적립금 개념이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도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다. 현금배당의 대안이 되는  자사주 매입도 상당히 소극적이다.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편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출처:신한금융투자

 

 

2막2장. 배당 안 하나, 못 하나?

 

기업들의 돈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보면 돈을 예전보다 덜 쓰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현금을 많이 보유하게 된 이면에는 쓰는 돈보다 이익이 더 커졌거나 외부자금을 조달했거나 투자가 감소한 요인이 있을 것으로 지목된다.

 

우선 기업들의 돈이 늘긴 했지만 배당지급 기반이 되는 기업 이익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감소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낮아지면서 외부자금 조달 역시 활발하지 않았다. 결국 투자감소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유가증권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투자현금 흐름은 최근 2년간 감소했다.

 

"투자현금흐름을 세부적으로 뜯어봐도 감소가 두드러진다. 2010년 23조2000억원이었던 투자자산은 16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기업투자가 감소한데는 기업들의 투자가 쉽지 않아진 여건이 작용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지고 투자처를 찾는 것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이다.

 

이렇다보니 일부에선 과거에 활발한 투자활동으로 배당에 소홀해도 됐던 기업들의 명분이 줄어든 것으로 본다. 최근 배당 요구가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기업의 현금증가 추세에도 현금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배당재원이 투자확대나 부채상환에 쓰인다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 김성민 한양대학교 교수

 

2막3장. 배당이 정답일까

 

그렇다면 기업들은 배당을 일부러 안하는 것일까. 보유하는 돈이 늘어난다고 배당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한국의 산업구조는 배당성향이 높아지기 힘든 구조라는 분석이 있다. 배당성향과 수익률이 높은 금융이나 유틸리티, 통신서비스 비중은 감소하고 배당성향이  낮은 IT와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비중은 증가했다. 배당여력이 실질적으로 크지 않은 산업에 고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이익을 유보한 덕에 부채를 값고 현금을 쌓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의지를 내비친 후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사내유보금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15%에 불과하고 그 비중은 오히려 줄어다는 것이 기업들의 주장이다.

 

배당 논쟁에서 기업 입장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는 배당은 기업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본시장에서의 자본조달 능력이 한정돼 있어 이익을 유보하는 것은 기업의 본능이다. 배당에 소홀한 것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선택은 기업의 몫이란 얘기다. 

 

특히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투자에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로 쉽지 않은 경제여건을 든다. 정부 규제로 인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졌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당장 세금을 걷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무턱대고 투자를 독려할 게 아니라 정부가 투자여건을 먼저 마련해줬는지 생각해 보라는 읍소는 틀리지 않았다.

 

"투자 활성화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다. 의지가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다만 배당정책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이상 기업들의 적정 배당에 대한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배당정책 원칙에 입각해 접근해왔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재투자계획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성민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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