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프라이빗뱅커(PB)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 56만명이 넘는다. 증권사에만 7000명이나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PB는 없다. 대우증권의 경쟁력으로 진짜 PB를 내놓겠다. 대우증권의 10년 후 모습이다. 고객이 물어보면 본·지점 직원들이 해답을 주는 것, 이것이 대우증권의 미래가 돼야 한다. 직원들이 똑똑하면 게임 끝이다"
홍성국 KDB 대우증권 사장은 2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리테일 영업(WM) 정상화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기업금융(IB)과 운용손익(S&T) 등 종합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대우증권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그림이다. 홍성국 사장은 최근 3~4년간 증시 침체로 증권사들의 지점영업 부문이 지나치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손익구조가 리테일 외 부문으로 너무 편향되면서 브로커리지와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
취임 석달째를 맞는 홍 사장은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메우기 위해 남들보다 두 세 배씩 뛰었다. 그리고 대우증권도 이대로 가다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당장 1,2년이 아닌 10년을 내다보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정한 것이 편향된 손익구조의 균형이다. 올해는 8000억의 매출 가운데 3500억원을 리테일에서 번다는 목표다. 지난해 2850억원보다 분명 크게 높아진 수치다.
홍 사장은 "균형 손익구조 구축 핵심은 지점영업의 정상화"라며 "KDB대우증권을 독보적 PB 하우스로 만들어 다른 사업부문과의 불균형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보적 PB하우스는 한국내 최고 수준으로 자산관리의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 있도록 회사 전 직원의 역량이 집합된 회사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독보적 PB하우스 추진단을 설치하고 PB와 IB를 융합한 PIB 점포를 활성화해 개인고객에서 법인고객으로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지점 PB들을 국내 최고 수준의 PB로 육성하기 위해 신입직원부터 7~8개월의 긴 기간을 두고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홍 사장은 올해를 KDB대우증권의 지속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그는 "모든 사업 부문이 균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대우증권만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앞서 손익구조 구축과 함께 신규 수익원 확보, 창조금융 등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신규수익원 확보를 위해서는 대우증권의 강점인 IB 부문을 더욱 발전시켜 종합금융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견 강소기업 커버리지를 넓히고 해외 딜도 증대하기로 했다.
운용수익 사업 부문은 아시아 1위로 도약을 위해 이머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기초자산 다양화를 통한 하이브리드 신상품 개발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해외사업 부문은 현재 보유 중인 경쟁력을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대체투자와 자산운용 등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로 했다.
창조금융 역시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산업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강소기업들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 주거래 증권사 입지를 확보하고 모험자본 활성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홍 사장은 최근 해외자본들의 증권사 인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금융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측면에서 해외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금융은 상단만 발달해 있고 하단은 발달하지 못한 기형적 구조라며 한국 자본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하단을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증권업계 화두인 핀테크에 대해서는 "대우증권 역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지만 해당 국가 수준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잘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직 슬림화나 통폐합 여부는 "장기적인 인력 베이스를 마련 중에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고 올해부터 거시적인 안목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이 후강퉁 마케팅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야 하고 대우증권도 투자를 할 생각"이라며 "다만 성장 가능한 부분이란 점을 인정하지만 수익이 많이 발생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전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기억한다면 쉽다"며 "중립적 기준으로 봐도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떨어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