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위한 정정 증권신고서를 오늘(29일)까지 제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합병을 위한 두 회사의 주주총회가 다음 달 25일 계획대로 열리기 위해선 '29일 데드라인'을 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정정 신고서를 이날까지 제출하더라도, 금융당국이 다시 퇴짜를 놓는다면 이번 주총은 연기될 수 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금융당국 문턱에 막히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두산 합병 디데이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두산로보틱스가 낸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정정을 요구한 것이다. 이 증권신고서엔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분할하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법적으로 3개월 이내에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지배구조 개편 일정을 맞추기 위한 실질적 '데드라인'은 29일이다. 정정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 7거래일이 걸리고, 주총 2주 전에 주주에게 주총이 통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가 간신히 데드라인을 맞추더라도, 금감원이 다시 수정을 요구하면 주총은 연기될 수 있다.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하겠다"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강성한 입장을 보면, 다시 퇴짜를 놓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막힌 숙원사업
이번 합병이 연기되면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멈추게 된다. 지난달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종속기업 두산밥캣을 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골자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놨다.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 등으로 이어진 현재의 수직계열화 구조에서 벗어나 두산이 △에너지△기계△소재 계열사를 거느리는 온전한 형태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노린 그림이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두산그룹은 △2001년 두산에너빌리티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2007년 두산밥캣 등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는데, 두산에너빌리티가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맡았다. M&A로 덩치를 확 키웠지만, 수직계열화된 지배구조 탓에 한 계열사의 위기가 그룹 전반에 번지는 부작용도 생겼다. 2020년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을 당시 산업은행 등이 요구한 것도 두산에너빌리티 중심의 수직계열화 개편이었다.
숙원 사업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합병과정에서 지난해 1조389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두산밥캣 보통주 1주가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 보통주0.6317462주로 바뀐다는 점에서 두산밥캣 소액주주가 들고 일어섰다. 두산그룹은 상장사의 합병비율은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자본시장법을 지켰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까지 합병 반대에 합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막았다는 좋지 못한 사례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