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로보틱스-밥캣의 포괄적주식교환 계획을 철회한 것과 관련, 금융감독당국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내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산이 포괄적주식교환은 철회했지만, 금감원이 신고서 정정 요구 배경으로 꼽았던 분할합병은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한 만큼 해당 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는대로 원칙대로 심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밥캣은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두산그룹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 방안 중 중간 단계를 취소한 것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두산밥캣을 에너빌리티로부터 떼어내 궁극적으로 두산로보틱스와 한몸이 되도록 하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서는 ①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 밥캣 지분(46%)를 가진 분할신설법인(비상장)을 만들어 로보틱스와 합병하고(분할합병) ②로보틱스가 밥캣의 나머지 주주(54%) 주식을 모두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만든 후(포괄적 주식교환) ③로보틱스가 완전자회사인 밥캣과 추가 합병하는 방식(2차 합병)을 거쳐야 한다.
이날 두산밥캣과 로보틱스가 철회한 내용은 ②번에 해당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이를 취소했기에 ③번 계획도 자연스레 당분간 없던 일이 된다.
두산그룹은 "주주와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양사(밥캣·로보틱스)의 정책 기조, 포괄적 주식교환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거래 성사 가능성의 하락, 기관투자자의 부정적인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산은 ①번에 해당하는 에너빌리티 인적분할 및 합병은 그대로 추진한다. 따라서 해당 내용을 담은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는 여전히 금감원의 심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해당 신고서를 원칙대로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정 신고서 요구는) 분할신설법인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른 방식과 비교해보라는 요청을 한 것"이라며 "(포괄적주식교환 철회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6일 두산그룹이 제출한 두 개의 증권신고서(합병,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해 2차 정정을 요구하면서, 분할신설법인의 가치 평가방식을 재점검해야한다는 점이 정정 요구의 배경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관련기사: 두산 지배구조 개편, 금감원은 왜 '분할법인 수익가치' 언급했나(8월 29일)
이는 로보틱스-밥캣이 취소한 포괄적주식교환의 앞 단계에서 이뤄지는 로보틱스와 분할신설법인(에너빌리티에서 떨어져나온 서류상 비상장회사로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의 합병비율(1대 0.12)에 관한 지적이다.
비상장법인인 분할신설법인의 본질가치를 매길 때 두산 측은 수익가치(미래가치)를 시가(분할신설법인의 자산인 밥캣의 주가)로 산정했는데, 금감원은 배당이나 현금흐름을 고려한 평가법과 비교 검토해볼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두산이 향후 가져올 합병 신고서 정정 내용을 원칙대로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인적분할과 합병 계획 내용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단정하긴 어렵다"며 "두산이 내는 신고서를 원칙대로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두산은 포괄적주식교환 철회 계획을 밝혔지만, 금감원의 지적을 반영한 합병 관련 정정 신고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9월 25일로 예정한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합병 신고서의 효력을 발동시키려면 이날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따라서 9월 25일 에너빌리티, 로보틱스 주총 일정도 연기 수순을 밟게 됐다.
두산 측은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총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