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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빌딩 담은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하락에 소액주주 집단행동

  • 2024.08.30(금) 11:48

맨해튼 자산가치 하락에 리파이낸싱 앞두고 주가 압박
주가 하락에 뿔난 개미들, 주주행동 개시‥5% 지분 모집
소액주주연대 "무리한 자산 매입‥전환사채 발행 반대"
회사 "최대한 주주이익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

유럽과 미국 빌딩에 투자하는 제이알투자운용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주가가 올 들어 내내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연말 1조원이 넘는 현지 담보대출의 만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조달금리 상승으로 배당금 삭감이 불가피한 탓이다. 미국 오피스빌딩의 자산가치가 부진한 점도 주가를 억누르는 배경으로 꼽힌다. 

부진한 주가 흐름에 지친 소액주주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해외부동산 가치 하락과 더불어 연말 리파이낸싱(차입금 재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 8% 배당률 자랑했는데…배당금 하락 불가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29일 직전 거래일과 동일하게 36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 상반기까지 안정적으로 40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6월 28일 3000원대에 진입한 뒤 쭉 내리막을 걸어 현재는 3600원대다. 작년 말 대비 11% 하락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0년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리츠 상품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오피스 건물 '파이낸스 타워 컴플렉스'를 담고 있는 제이알제26호리츠와 미국 뉴욕 맨해트 '498 7th 애비뉴' 오피스 건물을 담은 제이알제28호리츠를 자(子)리츠로 편입하고 있다.

브뤼셀 오피스는 벨기에 연방정부 산하 건물관리청에서 임대하고 있으며 임대 기간은 2034년 12월까지다. 맨해튼 오피스는 주요 임차인인 SEIU(미국 동부의료보건노동조합)을 포함해 14개 회사가 입주해 있으며 2050년 3월까지 임대할 예정이다. 이들의 연 임대수입은 각각 6905만유로(한화 약 1020억8075만원), 3843만달러(약 512억8483만원)이며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한다.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7.71%를 갖고있다. 대부분 고객 ETF 설정·환매과정에서 지분율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GVA자산운용(6.62%), 한국증권금융(5.18%), 현대자산운용(3.45%)이 대주주로 있다. 

최근 주가가 급락한 건 배당금 삭감 우려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높은 배당률을 자랑했다. 이 리츠는 6월말, 12월말 반기기준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2023년 하반기(7~12월) 배당금부터 190원에서 195원으로 증액했다. 이 금액으로 1년에 두번 배당한다면 최초 공모가(5000원) 기준으로 주당 연간 배당률이 7.8% 수준이다. 이처럼 고배당을 유지할 수 있었던건 연 1.05%의 낮은 조달금리와 브뤼셀 오피스의 임대료 상승 덕분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연말에 예정된 리파이낸싱으로 배당금을 예전처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올 12월에는 브뤼셀 건물에 들어간 담보대출 1조503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연 1.05%였지만 현재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4.25%)를 감안하면 조달금리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부터 1주당 배당금이 내려가기 시작해 2024년 하반기 186원, 2025년 상반기 11원, 2025년 하반기 104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리파이낸싱 조달금리를 기존 대출금리인 1.05%보다 3.20%포인트 더 높은 4.25%라고 추정했을 때 연간 금융비융이 336억원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회사는 배당여력이 남아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지난 16일 주가하락 대응방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 대출연장 전까지의 기간 중에는 현재의 연 380원 배당에서 추가 증액도 일부 가능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있을 주요 의사결정에서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한다면 지금의 저평가 국면을 벗어날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맨해튼 오피스의 자산가치 하락도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리츠의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P/NAV(보유자산 순자산가치를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는 2020년 말 0.73배에서 맨해튼 오피스 편입 후인 2022년 말 0.68배로 하락했다. 브뤼셀 오피스의 감정평가는 매입가의 17%를 웃도는 반면 맨해튼 오피스의 감정평가액은 매입시기보다 1.5% 떨어졌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말 기준 브뤼셀 오피스와 맨해튼 건물의 공실률은 각각 0%, 4.7%로 임차인 관리는 안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해외 오피스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인근 지역 오피스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하락에 뿔 난 소액주주들 "장기가치 훼손 의심"

이에 주가하락에 뿔이 난 소액주주들은 지분을 모으며 주주행동에 나섰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연대는 5.22%의 지분을 모집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주주서한을 통해 "최근 과도한 주가하락이 단순히 시장 변동성에 의한 단기적 하락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주식 내재가치가 훼손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연대는 맨해튼 오피스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했다고 본다. 서한에 따르면 2022년 맨해튼 오피스 편입이 없었다면 기존 브뤼셀 오피스의 임대료 상승으로 1주당 90원의 배당금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무리하게 맨해튼 건물을 매입하면서 인상폭이 5원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주주들의 우려를 사는 또 다른 부분은 연말 리파이낸싱 조달방법이다. 1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리파이낸싱하는 수단 중 하나로 전환사채 발행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에 이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주식 수를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앞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맨해튼 건물을 매입할 당시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있다.

주주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현지 대출로 차입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만일 여의치 않다면 회사채 발행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주주연대는 "신주발행을 증가시키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의 조달 방법을 시행할 경우 여러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훼손된 주주와 운용사간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제이알투자운용 관계자는 "현지에서 100% 차입금을 조달할지 일부를 국내에서 조달해 리파이낸싱을 할지 검토하는 와중에 전환사채 발행 관련 이야가 나온 것"이라며 "최대한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추가로 소액주주연대는 제이알투자운용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해둔 상태다. 만일 이를 회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한다면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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