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퇴직금이 얼마나 많길래 보수가 최고경영자(CEO)보다 많아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보험업계에서 각 회사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은 고위 임원이나 희망퇴직자가 속속 등장했다. KB손해보험, 삼성화재, 신한라이프는 상반기 '연봉 톱5' 자리를 모두 퇴직자가 채웠다. 보험사들은 인력 체제 재편을 위해 거액의 퇴직금 지급 부담에도 상시 명예·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열현 교보생명 전 특별경영고문이 올 상반기 총 18억54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상반기 보험업계 '연봉킹'으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의사회의장 보수(5억700만원)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것이다. 김모 교보생명 전 부장과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도 각각 6억4600만원, 5억3900만원을 받아 신 대표를 앞질렀다.
이들이 '대표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퇴직금과 상여금 덕이다. 신 대표의 상반기 급여는 2억500만원으로 윤 전 특별고문(4300만원)과 김 전 부장(5600만원)보다 높다. 그러나 윤 전 고문이 퇴직금으로 무려 15억8500만원을 받았고, 김 전 부장도 5억4600만원을 수령하면서 최상위 연봉자가 됐다. 윤 전 고문의 경우 18년 동안 교보생명에 재직해 높은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박 부사장은 급여(2억1400만원), 상여금(3억2000만원), 기타근로소득(500만원) 등 모든 부분에서 신 대표보다 많은 돈을 받았다. 법인영업을 총괄하는 박 부사장의 '고성과'에 상응하는 보수를 책정했다는 게 교보생명 측 설명이다.
'대표보다 많이 번 직원' 수두룩
KB손보, 삼성화재, 신한라이프도 다수 퇴직자가 대표이사 보수를 뛰어넘었다. 구본욱 KB손보 대표,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는 상반기 보수가 5억원을 넘지 않아 반기보고서 연봉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KB손보에서 부장 직대로 일한 퇴직 직원 윤모씨가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은 소득(8억5500만원)을 올렸다. 퇴직금만 7억1800만원(83.9%)이었는데,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법정퇴직금 4억4000만원, 명예퇴직에 따른 특별위로금 2억710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어 2위(8억1700만원)부터 5위(5억1900만원)까지 상위 5명이 모두 퇴직자였다. 퇴직 직전 이들은 모두 과장~부장급이었다.
삼성화재는 퇴직자 5명 전원이 보수로 7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이들이 받은 보수의 90% 가량이 퇴직금이었다. 신한라이프에서도 퇴직을 신청한 팀원~팀장급 직원들이 6억2800만원(1위)부터 5억1100만원(5위)원의 보수를 받아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생명에서는 지난해까지 근무한 전영묵 전 대표를 제외한 상위 연봉자 4명이 모두 퇴직자였다. 이들은 모두 5억8000만~6억원 수준의 돈을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역시 정몽윤 회장, 조용일 부회장을 제외한 반기 보수 상위자 3명이 모두 퇴직자였다. 이들은 퇴직금(6억4000만~7억5100만원)을 포함해 8억5800만~7억700만원을 수령했다.
등 떠밀려 나가는 퇴직자, 옛말?
은행권에서 화제가 된 '고액 연봉 퇴직자'들을 보험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된 건 인력 재편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는 제판 분리(보험 상품의 개발과 판매의 분리), 디지털 전환, 인수합병(M&A) 등 영향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관련기사 : '역대급' 실적 낸 손보사들 감원 바람 왜?(8월7일)
앞서 보험사들은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첫해인 지난해 총 13조3578억원의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두둑한 주머니를 앞세워 거액의 '당근'을 제시하며 퇴직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실제 보험사들은 기본(법정) 퇴직금에 더해 위로금 형식의 특별퇴직금까지 얹어준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라고 하면 사측에서 강제로 직원을 내보내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요즘 직원들은 유불리를 따져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