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어피니티 컨소시엄, 이하 어피니티) 간의 풋옵션 관련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모양새다.
이 분쟁 중재에 나선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 계약은 이행하되 주당 가격을 다시금 산정하는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다.
19일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등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 중재판정부는 신창재 회장에게 어피니티와의 풋옵션 계약 이행을 위해 주당 가격을 재산출 하는 절차를 밟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 측은 주식의 가격 산출을 위한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간의 분쟁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2012년 어피니티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24%를 주당 24만5000원(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신 회장과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IPO(기업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풋옵션을 행사하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IPO는 실현되지 않았고 2018년 어피니티 측은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지만 풋옵션 행사 가격에서 이견이 발생했다. 당시 어피니티 측은 딜로이트안진에 주식 가치평가 업무를 의뢰한 결과 주당 40만9912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고 반발하며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선언, 분쟁이 본격화 했다.
이후 국내 법원에 더해 1차 ICC 중재까지 수차례 판결을 거쳐 결정된 것은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의무는 있다는 것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주당 40만9912원의 가격은 양측간 합의가 안됐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두가지로 압축된다.
이날 ICC가 2차 중재에 나선 결과 풋옵션 계약 이행을 위한 주식의 가치 평가 기관을 선정하고 가격을 재산출 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법적 분쟁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가격산정이다. 관련 절차를 살펴보면 양측이 각각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한 이후 각 기관이 제시한 가격의 차이가 10% 이내면 두 가격의 평균을 행사가격으로 인정한다. 차이가 10% 이상일 경우에는 어피니티가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신창재 회장이 택하면 그 기관이 제시한 가격이 풋옵션 계약 이행을 위한 가격이 된다.
어피니티 측은 여전히 4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적합하다는 입장이고 신 회장 측은 현재 시장가치를 고려했을때 주당 가격이 20만원 안팎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격 산정 절차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피니티 측이 요구한 가격은 총 2조122억원 규모지만 신 회장은 이에 절반 수준인 1조원 가량이 적합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차이가 크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어피니티 측이 투자금 회수와 그동안의 기대비용 등을 고려하면 주당 30만원이 넘는 가격은 받아야 한다고 볼 것"이라며 "반면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당 19만8000원에 매입했다는 점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어 양 사간 주당 가격을 둔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주당 19만8000원에 사들였으며, 이는 풋옵션 분쟁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받아 산정된 가격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ICC 측의 중재 내용이 전해진 이후 교보생명 관계자는 "그간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 및 기업 가치 훼손을 정상화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신 회장 측이 2차 중재 판정 결과에 승복하고 이를 신속히 이행해 교보생명을 둘러싼 분쟁 해결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