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장남, 신중하씨가 최근 정기인사에서 인공지능(AI) 활용·고객의 소리(VOC)데이터 담당 겸 그룹 경영전략 담당 상무(임원)로 승진했다. 교보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지 10년 만이다. 현대해상, 한화생명과 더불어 교보생명도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중하 신임 상무의 교보생명 지분이 전무한 상황에서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 설립 작업이 승계를 위한 마지막 퍼즐로 거론된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창재 의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시나리오다.
교보생명은 11일 신 상무의 승진을 포함한 2025년도 정기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신 상무는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5년 교보생명 계열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으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 일하다가 이듬해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데이터 체계 구축 및 DT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했다.
신 상무는 교보DTS에서 근무하던 2021년부터 교보DTS의 자회사이자 데이터분석 전문기업인 디플래닉스(Dplanex) 설립을 주도해 3년간 그룹 데이터 통합 체계 구축 및 그룹 디지털 전략 수립에 힘써왔다. 2022년엔 KAIST와 산학협력을 통해 미래 보험기술 연구를 위한 전문 연구센터인 'KDK 미래보험 AI연구센터'를 개소하고, 지난해엔 그룹 차원의 데이터 질적 확대를 위해 교보그룹 데이터 체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초에는 경영 임원 후보에 선발돼 1년간 다른 경영 임원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리더십, 경영지식, 인사이트 역량 등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올 4월에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 태스크포스(TF)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번 승진으로 AI 활용·VOC데이터 겸 그룹 경영전략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신 상무가 10년간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역량을 강화한 건 신 의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신 의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야 한다"며 "자녀도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오랜 시간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신 상무의 교보생명 지분이 '0%'인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내년 출범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 의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인 후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교보생명 주가가 20만원이라고 가정 시 총 시가총액은 4조6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 의장의 교보생명 지분가치(33.78%)는 약 1조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여기에 증여세가 적용되면 5000억~6000억원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신 상무 승진은 일반 임직원과 동일한 인사원칙이 적용됐다"며 "본격적인 경영승계 포석이라기보다 신 의장의 인사원칙에 따라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