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처음 있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전 세계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영국은 EU 탈퇴를 통해 원하던 것을 일부 얻게 됐지만 반대급부로 적지 않은 것을 잃을 전망이다.
유럽 전반이 경제 둔화 먹구름에 뒤덮이게 됐고 이들과 교역관계에 놓인 전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역시 직간접적인 여파가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스케줄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치솟는 엔화 가치로 일본의 시름 또한 더욱 깊어지게 됐다.
◇ 국민 절반이 원한 것 얻었지만
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얻고자 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브렉시트를 추진했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를 택하며 결국 EU와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추진한 데는 영국내 실업률을 높여온 이민자 문제와 적지않았던 EU 분담금 부담이 작용했다. 영국의 실업률은 8%에 달하고 있고 EU의 열린 국경정책인 생겐조약으로 늘어난 이민자 유입이 실업률을 더욱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테러가 잇따라 일어난 것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
영국의 EU내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EU분담금 역시 영국 국민들에게는 상당한 불만거리였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EU 예산에서 국가별 순 수혜금은 영국이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반면 지난해 영국이 부담한 EU 분담금은 약 11조원으로 독일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이처럼 EU 탈퇴로 인해 이에 대한 부담은 표면적으로 줄어들 순 있게 됐다. 문제는 영국이 잃는 것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다.
◇ 교역관계·금융허브 위상 흔들
브렉시트 발생으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적게는 3%대 후반부터 많게는 7%대 후반까지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EU 역시 경제성장률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EU 탈퇴로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EU 단일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이는 기존의 EU 국가간 무역협정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EU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게 될 전망이다. 오히려 개별 국가들과 좋은 조건에서 무역협정을 체결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에 협정을 맺었던 국가인 만큼 체결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이 가능하다. 이처럼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무역협정이 기존보다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외무역 부진 뿐 아니라 세계 금융허브로서의 기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는 물론 런던시티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EU에서 빠져나가면서 나머지 EU 국가들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영국의 탈퇴로 독일과 프랑스의 EU 분담금은 각각 25억 유로와 18억 유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대英 수출 적지만 여파 꼼꼼히 따져야
한국의 경우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까지 확대하면 9%선까지 높아지고 브렉시트가 유럽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한국도 그 여파에서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브렉시트 발생 시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과 기업이익이 각각 0.4%포인트와 3.5%포인트 감소하고 달러-원 환율은 연말 1250원으로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30원 가까이 폭등(1179.9원 마감)했고 향후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원화가치 하락은 표면적으로 수출 경쟁력 증가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당장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가 더 부각되면서 환율 수혜를 고스란히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
◇ 글로벌 통화공조 또 재개?
뜻하지 않은 쇼크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가 재개될지도 주목된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규모 확대 등의 추가 부양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르면 7월 중에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던 미국도 당장은 긴축 카드를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자넷 옐런 의장은 브렉시트 발생 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일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엔화 강세로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일본은 브렉시트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더 큰 엔고 부담에 시달리게 됐다.
최근 엔화 강세로 추가부양에 대한 압력이 높았던 상황에서 브렉시트까지 겹치면서 7월중 일본은행(BOJ)이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브렉시트로 인해 달러-엔 환율은 장중 100엔이 깨지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달러-엔이 일본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수준인 100엔을 밑돌 경우 일본이 추가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