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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大쇼크]①'바람 앞 촛불' 시장의 운명은

  • 2016.06.24(금) 15:38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유럽 정치·경제 안개속
코스피 1800선 열어둬야…실물경제 파급 주시

설마 했던 악몽이 현실이 됐다.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투표에서 찬성(51.9%)이 반대(48.1%)를 앞서면서 결국 브렉시트로 결론이 났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날 폭락장으로 브렉시트 재료가 일부 반영됐지만 유럽 전반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상당한 '노이즈'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1900선까지 밀린 코스피 지수도 당장은 2000선 회복 자체가 요원해진 것은 물론 후폭풍에 시달리며 1900선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 패닉으로 치달은 금융시장

 

2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투표 직후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탈퇴 반대가 우위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과 유럽 증시가 급등했고 파운드와 유로 역시 강세로 돌아섰다.

 

영국 FESE100지수는 전날보다 1.23% 오른 6338.1로 마쳤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도 2%이상 상승했다. 파운드화는 반년만에 1.5달러를 돌파했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타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코스피 역시 장초반 2000선을 재돌파했다. 2001.18에서 시초가를 기록하면서 지난 10일 2017.63(종가)을 기록한 이후 열흘 여만에 2000선 회복을 노렸다.

 

그러나 브렉시트 개표가 본격화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찬성과 반대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이 펼쳐지더니 오후 들어서는 EU 탈퇴 가능성이 점점 고조되면서 금융시장도 패닉에 빠졌다.


파운드화는 사상최대 낙폭인 10% 이상 빠지며 1파운드당 1.35달러까지 거래됐고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며 엔화는 2년 7개월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이상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코스피도 장중 1890선까지 밀리며 한때 1900선이 무너졌다. 다행히 종가에서는 1920선까지 낙폭을 만회했지만 불안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 불확실성의 연장선 

 

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은 물론 유럽 경제 전반에 암운이 드리우게 됐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발생 15년 이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3.8~7.5%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영국의 EU 탈퇴 시 외국인 자금 유치와 수입 억제, 수출 확대 등을 확보하려면 파운드화 가치가 25~30% 정도 하락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돼왔다.

 

안전자산 선호 강화와 함께 원자재 가격 등이 하락 경우 전세계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금리인상 스케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영국내 정치적 분열과 혼란 역시 가중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내각은 사퇴가 불가피하며 스코틀랜드의 독립 이슈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EU와 유로존 붕괴 우려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체코가 영국의 EU 탈퇴시 자신들도 EU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며 유럽 전반의 결속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노이즈가 있을 것으로 이미 예고됐다.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탈퇴하기 위해서는 탈퇴 의사를 EU에 통보하고 EU 각료이사회 합의를 거쳐 유럽의회 동의와 각료이사회 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만 적어도 2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으로 당장의 파급이 크지 않겠지만 상당기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한국도 영향권 불가피

 

그동안 EU 탈퇴시 코스피 지수는 1900선이 깨질 것으로 우려됐고 실제로 이날 코스피는 장중 1892포인트까지 내리며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장 한국 주식을 매수했던 유럽계 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해 온 주체다. 지난 5월말 현재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보유한 매수 포지션은 36조5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주식의 8.4%에 해당했다.

 

1992년 영국이 EU 통화동맹 탈퇴 당시 유럽 스톡스 지수는 18% 이상 하락했고 유럽계 자금은 3~4개월에 걸쳐 국내 주식을 평균 6조8000억원 순매도한 바 있다. 과거 유로존 위기 당시 코스피는 평균 10~15% 하락했기 때문에 1900선 지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삼성증권은 "2분기 실적 경계감까지 더해져 일시적으로 박스권 하단을 이탈할 수 있다"며 "1880포인트를 지수 하단"으로 설정했다. 신한금융투자도 1800선을 열어놔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향후 브렉시트 과정에서 시장이 수차례 흔들리겠지만 이날 악재만큼은 일거에 반영됐다는 기대도 일부에서는 제기된다. 브렉시트 자체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 크지 않고,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과 함께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공조가 가능한 점을 감안해 지나친 투매는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SK증권은 "영국 탈퇴가 실물경제로 파급되지 않고 금융쇼크에 그친다면 대략 15% 내외의 낙폭에서 바닥이 형성될 수 있다"며 "이를 역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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