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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리그테이블]①메리츠종금증권, 동화의 주인공

  • 2016.08.17(수) 11:29

<어닝 16·2Q>
순이익 832억…작년 3Q 이후 1위 탈환
NH투자 2위, 미래에셋 3위 역시 ‘강호’

동화, 드라마, 돌풍….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을 표현했던 단어들이다. 덩치는 10위 정도인 메리츠종금증권이 내로라하는 대형사들을 제치고 순이익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들어 큰 물음표를 받았다. 과연 올해에도 작년과 같은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색안경’을 보기 좋게 부러뜨려놓으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놓고 있다.

 


17일 자기자본 1조원(2015년 말 연결 기준) 이상 국내 증권사의 올 2분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분석 대상 11개사(3월결산 신영증권 제외)의 순이익(연결 기준)은 47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 1분기(4439억원) 보다 7.6% 늘어난 수치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9135억원)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47.7% 대폭 감소했다.  

수익성이 1년 전(前)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흠 잡을 게 못된다. 작년 상반기는 국내 증권사들이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이후 8년만에 찾아온 호황을 만끽했던 시기다. 따라서 토를 달기 보다는 1분기에 비해 결코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에서도 선전했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올 2분기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6000억원으로 1분기 7조8000억원보다 10%가량 확대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 주요 수입원 중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은 양호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1.5%→1.25%) 또한 채권운용수익 확대에 한 몫 했다. 6월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월말 대비 0.20%포인트 하락하는 등 채권 금리의 하향 안정화로 인해 채권 운용 환경이 좋았다.
  
하지만 트레이딩이 승부처였다. 증권사들의 순익 순위표를 뒤흔들어 놓은 변수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6월 24일) 돌발 변수로 인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자기매매 운용 환경이 매우 비우호적으로 전개됐다. 또 홍콩H지수 발행 규제 이후 풍선효과로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을 늘려왔던 까닭에 브렉시트로 인한 유로스톡스50 지수 하락으로 ELS 헤지 비용이 늘어난 것도 한 몫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올 2분기 순이익 832억원으로 ‘넘버1’에 올랐다. 작년 7~9월 이후 3분기 만으로 올 1분기 5위에서 수직 상승했다. 자기자본 10위(1조7100억원)인 메리츠종금증권은 2014년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돌풍의 그림자와 싸울 수밖에 없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비교를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집중했고,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명불허전.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1위(4조5500억원) NH투자증권이 672억원으로 메리츠종금증권 다음으로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비록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한 끗이 부족했을 뿐 NH투자·대우·삼성·한국투자·현대·미래에셋증권 등 3조원 이상의 ‘빅 6’ 중 가장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이며 전통의 강호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올 상반기 동안 올해 목표액의 70%를 달성하는 등 기업금융(IB) 부문이 펄펄 날았다.

지난해 12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를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대우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오는 11월 1일을 목표로 6개월간의 통합 장정(長程)에 나섰다. 일련의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면 국내 증권업계에 자기자본 6조2700억원의 최대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위탁매매를 비롯해 자산관리, 기업금융(IB) 및 트레이딩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성과를 보이며 순이익 596억원(미래에셋대우 연결 전 순이익)으로 3위에 랭크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8위에서 5계단이나 뛰었다. 반면 새 주인은 맞느라 집중하지 못한 탓일까. 작년 순위표 최상단에 위치했던 미래에셋대우는 7위에 쳐졌다. 440억원으로 올 1분기 보다도 4계단이나 떨어졌다.

‘자산관리의 명가’ 삼성증권도 선방했다. 순이익으로 524억원을 벌어들여 7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자산관리 부문의 선전으로 브렉시트로 인한  상품 운용 부문의 부진을 메우고도 남았다. 또 2015년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최하위에 머물렀던, 바로 그 하나금융투자가 460억원으로 5위에 랭크했다. 2013년 1~3월(461억원) 이후 무려 13분기만에 최대치다.

낯선 풍경은 순위표 상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보다 더 나은 대체자를 찾기 힘든 증권사로 평가받는 한국투자증권이 443억원에 머물며 질주 본능을 잠시 내려놓고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2위에서 6위에 내려왔다. 현대증권 역시 기대에 못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순손실 135억원으로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KB금융지주를 새 주인으로 맞아 주가연계증권(ELS) 평가방법이나 현대그룹 계열 주식·채권 등에 대해 깐깐하게 회계 잣대를 들이댄 게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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