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3살 때부터 왔대요. 지금은 3학년이에요. 오늘은 5살짜리 남동생도 따라 왔어요." (이지혜 학생)
메리츠종금증권 참사랑봉사단 봉사 활동에는 특이하게 아이들이 많다. 직장 봉사활동인데 왜 아이들이 더 많을까.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특별히 시간을 내 어려운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딱딱한 느낌이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실생활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기면서 봉사할 수 있게끔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 보내요"
이번 달에는 서울 마포구 소재 용강초등학교에서 벽화 그리기 활동을 진행했다. 모두 한 손에는 페인트 통을, 한 손에는 붓을 잡고 서툰 손놀림으로 밑그림을 채워갔다.
"생각보다 어려운데?", "잘 안 그려져요"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지만 봉사에 참여한 45명의 임직원 가족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엄마를 따라온 첫째 딸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옆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4살 아들과 남편은 보온병에 싸 온 음료를 나누며 봉사자들을 돕는 화기애애한 풍경을 연출했다.
▲ 메리츠종금증권 참사랑봉사단이 마포구 소재 용강초등학교 외벽에 벽화그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혜실 기자 |
봉사에 참여한 김보경 학생은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큰 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재미있고, 다음 달 봉사도 기다려진다"며 "친구들한테 자랑하면 학교 친구들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임직원들에게는 일석이조 효과다. 가족과 함께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봉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래서일까. 매달 봉사 참여자 모집 공고가 뜨면 하루 만에 모집인원이 다 차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 메리츠종금증권 참사랑봉사단이 마포구 소재 용강초등학교 외벽에 벽화그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혜실 기자 |
◇ "이젠 아이들 때문에 참여합니다"
초중고 학생들과 부모들의 고민은 봉사활동 점수 채우기다. 봉사 점수가 학업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봉사가 아닌 점수 채우기식 봉사가 대부분인 게 사실이다.
메리츠 참사랑봉사단 총무를 맡은 김창식 결제업무팀장은 "가족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데 초점을 두고 시작했는데, 직원들이 호응이 좋고 처음에는 봉사점수를 받으러 따라왔던 아이들이 이제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봉사한다"고 소개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참여하던 활동이 이제는 내가 스스로 해야 할 일, 기다려지는 일이 된 것이다. 3살 때부터 7년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지혜 학생은 "연탄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겁지만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며 연탄을 날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 메리츠종금증권 참사랑봉사단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보경(왼쪽부터), 이지혜 학생. 사진/김혜실 기자 |
메리츠종금증권 참사랑 봉사단은 지난 2007년 출범한 이래 매월 다양한 테마의 봉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김장, 무료급식, 연탄 나르기, 독거노인을 위한 명절 음식 나르기, 아름다운 가게 기증품 판매, 빵 만들기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어린이들도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활동들로 준비한다. 자녀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활동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쉬운 일부터 어려운 일까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배우게 하자는 취지다.
벽화 그리기 봉사에 참여한 김정철 FAS팀장 이사는 "오늘은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왔는데 이제는 아이들 때문에 매달 참여한다"며 "봉사 후 일기도 쓰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교육이지 싶다고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