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 대상이 다양한 데다 분산 투자의 중요성이 맞물리면서다.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까지 접근성이 좋아진 영향도 크다. 주식에서 펀드, 파생상품까지 해외 투자 트렌드를 3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국내 투자자들에게 중국 주식시장은 아픈 기억이 많다. 인사이트 펀드를 비롯해 중국 경제의 고성장만 믿고 투자했다가 쪽박을 찬 경우가 많아서다.
중국 주식시장은 그만큼 변동성이 높고, 불확실성이 많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 경제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글로벌 투자를 고려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은 이번 달에 가장 큰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6세대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경제정책 전반의 방향성을 새롭게 결정하게 된다. 최근 경제지표의 둔화와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위안화 약세 등도 변수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주식시장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당분간은 여러 변수가 많아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인프라 투자나 내수 소비주 등을 위주로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주식시장엔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적 기업들도 많다. 인지도가 높은 대형 기업 위주로 투자하면 그만큼 투자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7위에 올라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6월 열린 '알리바바 투자자의 날'에 내년 매출이 4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알리바바는 고객의 관심 영역과 북마크, 장바구니에서 결제시스템과 실제 구매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의 모든 구매 프로세스에 관여해 다양한 가치 창출과 함께 매출 확대로 연결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플랫폼 기반의 유통 수수료는 물론 마케팅과 고객지원 등 다양한 매출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화한 마케팅과 기술력이 구매 건수와 거래금액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광고주 예산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어 알리바바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설명했다.
◇ 공상은행
공상은행은 중국 최대 상업은행이자 자본 규모로는 전 세계 최대 은행이다. 글로벌 시가총액은 12위 규모로 삼성전자보다 앞선다. 지난해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이자수입이 83%, 비이자수입이 17% 수준이었다.
공상은행은 선진국의 유동성 축소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금융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금리 상승과 함께 이자수입 확대가 기대된다.
중국 제조업의 경기회복과 함께 대손충당금도 줄고 있어 순이익 증가에 기여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 30%의 배당성향과 함께 5.6%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어 올해도 높은 배당수익이 기대된다. 중국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에 따라 내년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도 예상된다.
◇ 바오산강철
중국의 대표적인 철강기업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강력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설비 폐쇄 덕분에 잉여 생산설비가 줄면서 철강 사이클이 개선되고 있으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우상향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공급과잉 해소라는 양적인 측면은 물론 중대형 철강사의 경쟁력 강화라는 질적인 변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오산과 우한의 합병도 그 일환이다.
철강업황 개선 덕분에 바오산강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77%나 급증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합병 효과로 외형이 더 많이 커질 것"이라며 "글로벌 주요 철강기업과 비교할 때 바오산강철의 밸류에이션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만화화학
만화화학은 글로벌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 제조업체다. MDI는 폴리우레탄의 주원료다. 지난해 기준으로 만화화학은 전 세계 MDI 생산능력의 24.5%, 중국에선 58.3%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 간 신규 진입업체가 없어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만화화학은 MDI의 핵심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고, 원료 자급률도 65%에 달해 경쟁사에 비해 낮은 원가구조를 갖췄다.
MDI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MDI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데 공급은 부족해 중장기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 CATL
중국의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업체로 자동차용 배터리와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 위주로 생산한다. 올해 생산 규모는 약 16GWh로 작년보다 100%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까지 50GWh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CATL의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보다 267%나 늘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15.7%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내 배터리 최대 출하량 업체는 BYD였지만 올해 상반기엔 CATL이 BYD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CATL은 중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인 베이징자동차와 상하이자동차, 창안자동차를 포함해 약 35개 글로벌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 청도하이얼
청도하이얼은 백색가전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776억위안과 44억위안으로 작년보다 59%와 34%가 늘었다. 미국 GE의 가전부문 인수 효과로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올해 상반기 중국 내 냉장고와 세탁기 판매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각각 31%, 29%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올해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에도 매출총이익률이 1.3%포인트 상승했다. 해외 인수합병 효과에 따른 수익성 향상과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에 따른 판매단가 상승 덕분이다.
청도하이얼은 올해 하이얼그룹의 자회사인 피셔앤페이켈의 스마트 생산설비 사업부를 인수했고, 알리바바와 함께 스마트 멀티미디어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진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과 함께 신규 사업 진출로 생산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홈엔터테인먼트(HE) 시장 진출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