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암호화폐 관련 논쟁을 보면 생산적인 논쟁보다는 소모적인 논쟁에 치우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가장 중요한 암호화폐 논쟁의 본질에는 암호화폐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의 전면 금지가 존재한다. 우리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암호화폐 발행 전면 금지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세간의 관심을 받기 전이었고, 대부분의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반대를 하고 있었다. 암호화폐 광풍이 일면서 논쟁은 암호화폐 시장이 투기냐 투자냐의 논쟁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결국에는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암호화폐를 돌덩이로 치부하는 사태까지 오게 되었다.
암호화폐와는 별도로 블록체인 활성화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논쟁의 해결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관계를 수립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있으면 현재의 정부 정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없으면 암호화폐 관련 정부의 정책 기조는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결론적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할 수 없다. 암호화폐는 단순히 퍼블릭 블록체인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채굴자들의 인센티브로서의 역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암호화폐의 필요성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암호 경제 또는 블록체인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중앙 집중화된 경제 시스템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탈중앙화된 개인 간 거래(P2P)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
'블록체인 경제'란 탈 중앙화된 P2P 경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한 번쯤 들어 봤을 '스마트 계약'이나 '스마트 자산' 등이 '블록체인 경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경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탈 중앙화된 P2P 지불 수단이 기본적 기능이다. 특히 '스마트 자산'의 표현 수단 등 많은 확장 요소를 갖고 있다.
암호화폐의 암호 경제에서의 효율적인 지불수단으로서의 역할은 퍼블릭 블록체인이나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암호화폐 ICO를 전면 금지하면서 블록체인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은 '이상한' 정책인 것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는 필연적으로 암호화폐의 활성화를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암호화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ICO 전면 금지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암호화폐 ICO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속히 제도권으로 편입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이라는 것과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된 경험을 살려 제2의 인터넷인 블록체인 강국이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상호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정확한 인식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더 큰 틀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중요성에 비춰 대통령 직속에 블록체인위원회 설립을 제안한다. 미래 블록체인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 수립 및 정책시행의 컨트롤타워, 그리고 일자리위원회 및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 등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 등을 위해서 말이다.
일자리위원회는 현재의 일자리 창출 전략과 더불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고, 고비용 창업 생태계를 블록체인 기반 저비용 창업 생태계로 혁신하는 유연한 사고를 해야만 한다.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미래 세상의 핵심 인프라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혁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암호화폐 관련 국민 청원은 현재 정부의 잘못된 암호화폐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큰 우를 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하고 신뢰하며 함께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은 구호가 아닌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그러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