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데이트펀드(TDF)는 투자자의 생애주기와 예상 은퇴 시점에 따라 자산별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2016년 말 700억원 수준이던 TDF 시장은 지난 4일 기준 1조원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한화자산운용도 이달 라이프사이클에 자산관리 솔루션을 더한 '한화Lifeplus TDF'를 출시했다. JP모간과 협업해 투자자문을 받고, 한화자산운용이 직접 운용한다.
이날 TDF 시장 1조원 돌파와 함께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에 뛰어든 이정두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을 만났다. 그의 눈빛은 자신감과 기대로 가득했다.
▲ 이정두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자산배분팀장. 사진/한화자산운용 |
- 국내 TDF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향후 시장 전망은
▲ 국내 운용사, 그리고 국내 운용사와 손잡은 글로벌 운용사들이 현 시장 상황을 보고 TDF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사실 글로벌 운용사가 운용하는 규모에 비해 국내 TDF 시장은 소규모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처럼 우리 역시 제도적인 부분에서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 TDF 시장이 확대된 것은 2006년 미국 노동부가 개인연금의 디폴트옵션 중 하나로 TDF를 지정하면서다. 우리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에서 디폴트옵션이 도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TDF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
▲ TDF는 투자자의 생애주기와 예상 은퇴 시점에 따라 자산별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은퇴 시점이 많이 남은 20~30대에는 주식이나 신흥국 자산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높인다. 하지만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서서히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채권이나 선진국 자산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다.
- 다른 회사에 비해 늦었는데
▲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 TDF TF팀을 만들어 준비를 시작했고, 6월에는 JP모간과 함께 하기로 했다. 사실 빨리 속도를 내서 추진하면 지난해에 출시할 수도 있었지만, 15년 동안 운용을 하면서 경험한 점들을 모두 담아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컸다.
당장 상품을 판매하는 데는 단기 수익률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TDF는 장기 상품이니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이 상품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고 우리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는 장기적인 임무가 있는 프로젝트다.
- 왜 JP모간과 손을 잡았나
▲ 여러 글로벌 운용사와 의견을 나누고, 우리와 가장 적합한 회사를 선정하는 데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TDF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탑 플레이어 중 하나여야 했고, TDF의 자산 자동 배분 프로그램인 글라이드패스와 전술적 자산 배분을 위한 멀티에셋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4개사를 우선 선정했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TDF와 멀티에셋솔루션이 분리된 경우가 많았는데, JP모간은 멀티에셋솔루션에서 나오는 비율로 TDF 글라이드패스를 적용해 운용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솔루션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JP모간과의 협업은 어땠나
▲ 만족스럽다. 다만 우리는 다른 TDF 상품들과 가장 큰 차별점으로 다양한 상품을 담는 데 주력했다. 타사의 TDF 상품은 함께 협업하는 글로벌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상품으로만 구성됐다. 하지만 어느 운용사의 상품이라도 투자자에게 좋은 펀드는 담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이 때문에 의견충돌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 안정적으로 투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믿는다.
- 타사 TDF와 또 다른 차별점은
▲ 액티브+패시브 조합이다. 신흥국주식, 리츠, 미국 중소형주 등과 같이 정보의 비대칭으로 추가 수익이 가능한 시장이거나 지수 복제가 어려운 경우는 적극적인 액티브 전략을 통해 알파수익을 추구한다. 반면 미국 대형주, 상품, 미국 물가채 등 알파 수익을 추구하기 힘든 자산군에서는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로 비용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 환 헤지 전략은
▲ 자산군에 따른 환 헤지 전략도 타사와의 차별점이다. 자산군별 특성에 따라 환 헤지 전략에 차이를 둬 장기투자의 안정성을 높였다. 주식은 고수익을 추구하지만 환 오픈을 통해 리스크를 방어하고 채권은 환 헤지를 통해 채권의 본래 투자 목적인 안정적인 이자수익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운용한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식 시장은 50%가량 빠지고 환율은 70% 올랐다. 환에서 주식시장의 손실을 상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장기 상품인 만큼 테일리스크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환 헤지 방식을 선택했다.
- 선발 주자 상품도 많이 분석했을 텐데, 타사 상품에 대한 견해는
▲ 삼성자산운용이 TDF 시장을 열었다. 한국형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캐피탈이 하는 것을 대부분 가져왔다. 하지만 처음 시장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고, 현재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시장에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자산 비중이 큰 편이다. 국내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거주 국가에 대한 정보가 많고 관심도 높기 때문에 국내 비중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을 원하는데 해당 니즈를 잘 반영했다.
- 한화자산운용의 TDF 국내 자산 비중은
▲ 국내주식과 채권 비중이 전체의 17% 정도다.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과 니즈를 반영했다.
- 목표수익률은
▲ 구조화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TDF 상품의 목표는 자신의 목표에 성공하는 투자자 수가 많게 하는 것이다. TDF 목표는 은퇴 후에도 은퇴 전 소득을 얼마만큼 보장해주는가인 소득대체율로 표현할 수 있는데 국민연금이 40%, OECD는 70% 정도를 언급한다. 우리는 평균 35년 정도 불입하면 소득대체율 15%가량이 되도록 설계했다.
- 한화자산운용의 TDF 상품을 보면 2030, 2045 등과 같은 숫자가 붙어있는 펀드가 6종이 있다. 숫자는 무얼 의미하나
▲ 대부분의 국내 TDF 상품이 숫자로 표기돼 하위펀드가 여러 개 만들어져있다. 많은 분이 연령대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예상 은퇴 연도를 의미한다. 내가 예상하는 은퇴 시점이 2045년이라면 2045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 글라이드패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 투자자 연령이 높아지면 자산 배분이 자동으로 바뀌는 시스템이다. 은퇴 시점에 따라 다른데 2045는 85% 정도가 주식, 2020은 37% 정도가 주식이다. 은퇴 시점이 먼 투자자는 불입 기간도 길고 향후 수입이 있으니 위험 자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불입 금액이나 손실 보전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안정성을 중요시한다.
글라이드패스는 이미 결정이 되어 있다. 다만 운용사에서 중간 점검을 통해 투자자의 데이터나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
- 모든 연령대가 같은 투자방식으로 진행되는 건데, 투자자마다 투자 성향이나 투자 여유 정도가 다르지 않나
▲ 맞다. 기본적으로 은퇴 시점에 따라 가입하게 되어 있지만 자신의 투자 기간이나 투자 성향에 따라 가입해도 문제없다. 연령대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은퇴 시점을 길게 잡고 투자해도 되고, 자금을 단기간만 투자할 수 있다면 은퇴 시점을 짧게 잡고 투자해도 된다. 일반 펀드와 같아서 상황에 따라 환매 후 다른 상품에 투자해도 된다.
- 연령대별로 6개 하위 펀드가 있는데,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 규제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나
▲ 어떤 운용사든 어떤 펀드든 마찬가지다. 다만 TDF는 연령별로 하위펀드를 만들다 보니 펀드 개수가 많아서 상대적인 부담이 더 클 뿐이다. 우리도 자기자본 등을 각 펀드에 50억원씩 투입해 설정했고, 향후 어느 정도 목표 자금이 모집되고 씨드머니를 회수하더라도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한 시점을 보고 회수할 것이다.
- 인출식연금펀드(RIF)도 검토하나
▲ 검토하고 있다. 당장 TDF 2020 펀드는 3년 후 만기 상품이다. 물론 2020년 바로 환매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유지를 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글라이드패스를 가져가는 것보다는 투자자 개인의 상황에 맞춰 운용할 수 있는 연계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도 은퇴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이 대부분 TDF에 30%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인출한다. 인출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 TDF에 대한 기대와 목표는
▲ 초반에 자금이 얼마가 들어오느냐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의 브랜드를 쌓아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회사 비전 중 가장 큰 부분이 솔루션 프로바이더다. TDF를 기반으로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고 투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