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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터키 위기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

  • 2018.08.16(목) 16:42

부채관리능력 우려…구제금융도 불투명
유럽으로 번질 가능성에 투자심리 위축

터키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리라화 가치가 조금씩 오르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시장은 여전히 경계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아르헨티나 위기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터키 위기, 최근 신흥국들과 뭐가 다른지 살펴봤습니다.

 

 

지난 10일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6.42리라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이 터키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인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이 리라화의 잇따른 가치 폭락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터키 위기가 주목받고 있는 건 단순히 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때문만은 아닙니다. 환율 상승으로 터키가 안고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터키는 중국, 인도 등과 함께 주목받는 신흥국입니다. 최근 5년간 평균 실질성장률이 4.94%를 기록할 만큼 성적표도 좋았습니다. 경제 성장은 외채를 끌어다 내수 경기에 투자하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최근 5년간 많게는 479억 달러에서 적게는 321억 달러까지 계속되면서 외화보유액은 점진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5월 말 기준 단기 외채 규모가 1806억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외화보유고는 6월 기준 756억 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부채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화폐 가치까지 폭락하자 내수 경기까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당장 돈을 빌려 와 급한 불부터 꺼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IMF가 제시하는 구조조정안을 이행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나 금리 인상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터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에 터키가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구제 금융 접근을 차단할 가능성도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자본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다 터키가 해외 차입을 통해 성장해온 터라 민간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터키 위기가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더해집니다.

 

 

만에 하나 터키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되면 일차적인 피해는 유럽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터키가 부채 대부분을 유럽에서 끌어다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터키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별로 보면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순으로 많습니다.

이중 자주 거론되는 곳이 스페인 BBVA 은행입니다. BBVA은행은 영업이익의 15% 가량이 터키에서 나옵니다. 10일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BBVA 주가는 전일대비 5.2% 하락했습니다. 부도 가능성을 대변하는 수치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7bp 높아졌습니다.

유럽은행감독기구(SSM)는 스페인 BBVA 은행을 비롯해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은행과 프랑스 BNP파리바은행 등이 터키 위기 여파로 재정건정성에 타격을 입을 거란 경고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중심의 투자 심리 위축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새로운 변수로 부각됐다"며 "이 과정에서 달러화 강세가 진전되면서 당분간 신흥국 중심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키움증권은 "이번 사태로 터키와 유럽 투자는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신흥국 시장 투자는 그 비중을 최소한으로 가져가면서 글로벌 투자 비중에서도 유럽 비중을 10% 이상 높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는 IMF로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받았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정부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외국인 자본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바람에 IMF에 손을 벌렸었는데요.

아르헨티나 위기의 경우 IMF가 구제금융을 승인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터키는 문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과 그 여파가 여타 다른 국가로 전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여느 신흥국 위기 때처럼 터키 역시 결국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데 무게가 실리지만 평소보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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