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관련 금융 상품에서 기관 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이 진행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터키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중동은행들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PCP)을 담은 국내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해, 기관 자금을 중심으로 환매 신청이 나오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높은 정부 지원 가능성으로 실제 이들 은행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지만 터키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 "중동銀 ABCP 담은 MMF 자금 빼주세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DB자산운용은 카타르국립은행(QNB)의 ABCP를 편입한 'DB다같이법인MMF 제1호'에 대한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환매 연기 조치에 따라 오는 10월 5일에 수익자 총회 개최를 통해 관련 환매 관련 사항을 결의할 예정이다.
하루 뒤인 전날(30일) 알파에셋자산운용도 알파에셋법인MMF1호에 대한 환매 연기를 안내했다.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대량환매 발생과 보유자산의 뚜렷한 거래 부진 등의 사유로 환매청구에 응하는 것이 투자자간 형평성을 해칠 경우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
MMF 대량 환매를 요청한 고객들은 법인 투자자들이다. 터키 리라화가 폭락세를 지속하는 등 위기가 커지자 터키 익스포저가 큰 중동은행들의 발행한 ABCP가 국내 MMF에 대거 편입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감이 커지자 환매 신청에 나선 것이다.
◇ 터키 비중 높은 중동은행에 불똥 튈까 우려
신용평가사와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대(對)터키 익스포저는 지난 3월 말 현재 12억20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QNB와 도하뱅크(Doha Bank) 등이 국내에서 발행한 10조원에 육박하는 ABCP를 국내 MMF가 편입하면서 간접적인 익스포저가 상당하다는 경고가 나온 바 있다.
QNB만 해도 2016년 터키 5대 민영은행인 파이낸스뱅크(Finansbank)를 인수해 전체 자산의 15%, 여신의 13%대가 터키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기예금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중동계열 은행은 QNB, 카타르상업은행, 도하은행, 알칼리지, 두바이 에미리트NBD 등 5개사로 특히 QNB와 카타르상업은행, 두바이 에미리트NBD의 터키 관련 지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은행의 터키 익스포저는 에미리트NBD 17%, QNB 9.7%, 카타르상업은행 9.0%로 에미리트NBD의 비중이 가장 높고 리라화 급락 영향으로 지난해 말 대비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 "UAE·카타르 정부, 지원 가능성 충분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은행들의 경우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충분해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KB증권은 "QNB의 6월 말 기준 예수금은 약 1686억달러(190조원)로 이 중 33%가 뱅크런 가능성이 낮은 카타르 정부 및 관련 기관 예금"이라며 "QNB의 뱅크런이나 ABCP의 담보력 훼손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포함) 국가들의 정부지원 강도는 글로벌 국가 중 가장 높다"며 "터키 관련 불확실성이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의 상환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UAE, 카타르의 경우 과거 35년간 예금자와 은행채권자들에게 단 한번도 손실을 발생시키지 않았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를 반영해 카타르 신용등급에 높은 수준의 정부지원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채무구조조정이 이뤄지자 UAE와 두바이 정부는 에미리트NBD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고 한신평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