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증권 업계가 바짝 얼어붙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주주총회 직후 사외이사 2명이 자진 사임하면서 임시 주총을 다시 열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사외이사들이 주총을 코앞에 두고 연임을 고사하면서 주총 일정을 다시 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28일 미래에셋대우는 전날(27일)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이 통과된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권태균·박찬수 2명의 사외이사가 자진사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5월8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사외이사 후보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전날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으나 이들 2명의 사외이사가 사소한 오해로 회사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회사(CGCG)는 권태균·박찬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 가운데 박찬수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CGCG는 "권 후보가 속한 법무법인 율촌은 미래에셋대우를 대리해 네이버와의 자사주 교환 거래를 자문했고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자문에 참여하는 등 다수의 자문거래가 있었다"라며 "법무법인 율촌은 미래에셋대우와 지속적인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율촌의 피용자인 권태균 후보는 사외이사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찬수 후보에 대해선 "최현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의 광주고등학교 선배로 CGCG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지배주주 일가 및 대표이사와 고교 동문인 경우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해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 자매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앞서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2인이 돌연 연임을 고사하면서 뜻하지 않게 주총 일정을 바꿔야 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2일에 정기 주총을 개최하려 했으나 불과 일주일 앞두고 김경수·문경태 사외이사가 연임에 손을 내저으며 이사 선임 안건을 수정했다. 아울러 '이사회는 주총 2주 전 주주에게 확정된 안건을 통보해야 한다'는 상법에 따라 주총 날짜를 오는 29일로 미룬 바 있다.
경영진에 잘못을 책임지라는 행동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증권사 주총에서도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최근 주총을 개최한 NH투자증권과 대신·한화·KTB투자증권 등의 사내·사외이사 선임안에 일부 기관투자자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의 최한묵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선 '지명위원회의 독립성 부족 요건' 등을 이유로 2개 기관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민연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키움증권의 김재철 사외이사 재선임안을 반대했으나 지난 26일 개최한 키움증권 정기 주총에서 김 사외이사의 재선임이 승인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