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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 뜨겁게 달구는 '주주행동주의'

  • 2019.01.31(목) 16:49

밸류파트너스·KB증권 등 잇따른 서신 공개
"여러 회사 거느린 지주사 표적될 가능성"

자산운용업계에 주주활동 바람이 거세다.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펀드가 한진그룹 계열사에 칼을 겨눈 데 이어 KB자산운용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밸류파트너스)이 지분가치 극대화를 위해 피투자회사 경영 관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현대홈쇼핑, 자사주 매입소각해라"

3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밸류파트너스는 최근 현대홈쇼핑에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공개서신을 보냈다. 밸류파트너스가 현대홈쇼핑에 서신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2016년 이후 매년 서신을 보내 자본배분 정책을 문제 삼아왔다.

밸류파트너스는 최근 서신에서 현대홈쇼핑에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자사주 매입 소각 시 유입되는 현금흐름이 낮아지고 발행 주식수도 줄어들어 다른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대홈쇼핑 주가는 31일 종가 기준 10만3500원이다. 이에 근거해 산출한 시가총액은 약 1조2400억원이다. 밸류파트너스가 산정한 현대홈쇼핑의 내재가치는 3조원으로 현대홈쇼핑 주가가 적정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봤다.

밸류파트너스는 "매년 순현금성자산이 늘어나 지난해는 거의 1조원에 육박했다"면서도 "현금성금융자산이 계속 늘고 주주환원율이 낮아 자기자본이익률(ROE)가 IPO(기업공개) 전 2009년~2011년 단순평균 60%에서 2015년부터 1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잉여현금흐름의 70% 이상을 배당으로 환원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경영진들의 급여 수준을 문제 삼았다. 정교선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은 2013년 보수가 공개된 이후 매년 꾸준히 14억원 안팎의 급여를 받아왔는데, ROE 추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위해 매년 꾸준히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서신에 대해 답변을 보낼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2011년 주당 1000원을 배당했고, 매년 규모를 늘려 지난해는 주당 1700원을 배당했다.

◇ 광주신세계도 타깃…"더 거세질 수도"

이번 서신 송부는 주주활동의 일환이다. 밸류파트너스의 전신은 2012년 12월 설립된 밸류파트너스투자자문으로 2016년 3월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다.

밸류파트너스 외에 대형 자산운용사인 KB자산운용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3일 광주신세계에 '광주신세계, 신세계와 다른 기업'이라는 제목의 서신을 보냈다. KB자산운용이 광주신세계에 서신을 보낸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한국 시장 평균 배당성향과 유통업 평균 배당성향을 고려해 배당성향 상향 목표 수치와 스케줄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3월 주총 전 대표이사 면담을 요청했다. 광주신세계는 이달 초 KB자산운용에 배당성향을 신세계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최근 주주활동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관투자자 행동강령으로, 피투자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활동을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그 불씨를 당긴 건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공식 도입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고 있는 국내주식 투자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124조원이다.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에 착수하면 자산운용업계에 주주활동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란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된 이유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사모펀드가 지분 10% 이상을 갖고 있지 않으면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규정을 완화하기로 한 것도 주주활동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KCGI 펀드가 한진그룹 자회사 지분을 잇달아 확보해 오는 3월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경우 소유구조에서 자회사나 관계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투자 및 배당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지주회사가 주주활동의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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