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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 높인 KCGI...한진칼, 또 역공 나설까

  • 2019.01.23(수) 16:25

KGCI, 사실상 총수 일가 경영권 퇴진 요구
한진칼, 2차 반격 여부 '주목'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인 행동주의(경영참여형) 사모펀드 KCGI를 향해 한진칼이 또 다시 역공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진칼은 앞서 KCGI의 감사 선임 시도를 막기 위해 차입금 확대라는 '묘수'로 되받아 친 바 있다.

 

자산이 2조원이 넘을 경우 의무적으로 상근 감사를 선임하는 대신 3인 이상의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현행 상법을 활용한 것이다.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으로 또 다시 허를 찔린 한진칼이 2차 반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 및 일가 정조준...세번째 선전포고 

 

KCGI는 지난 21일 사외이사 추천과 적자 사업 재검토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과 한진 및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했다. 이는 작년 11월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2대 주주에 오르고, 한달 뒤 추가 매입으로 지분 10%를 확보해 경영 참여를 공식화 한데 이은 세번째 선전포고다.

 

 

KCGI의 이번 공개 제안은 조양호 회장과 오너 일가를 경영권에서 대거 배제시킨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공개 제안에 따르면 KCGI는 우선 이사회 구성에 있어 조 회장이 추천할 수 있는 이사를 1명으로 제안했다. 반면 KCGI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2인과 외부 전문가 3인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총수와 일가에 대한 견제 세력을 늘려 그들의 지배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또 독립적 사외이사가 주축이 된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 준법경영에 위배되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사람의 임원 취임을 금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 역시 조 회장 일가의 경영 배제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KCGI는 한진칼의 비주력 자산 매각과 적자 사업의 재검토도 요구했다. 저평가된 자산을 매각해 수익성을 올리고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목적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칼호텔네트워크와 LA월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호텔 사업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KCGI가 한진칼의 호텔 사업을 정리함으로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우회적인 경영 복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2009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였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사태로 물러났다가 3년 만인 지난해 초 칼호텔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한달 만에 동생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로 다시 물러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KCGI의 이번 공개 제안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조 회장과 일가의 경영권을 최대한 제한하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조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과 더불어 조현아·원태·현민 등 조 회장 자녀들의 '경영승계'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격 vs 수용...선택은?

 

이와 관련 한진그룹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조양호 회장이 작년말부터 미국에 체류중인 탓도 있지만 한진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등을 고려해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KCGI의 이번 공개 제안이 한진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인 데다 꽤 구체적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KCGI의 요구중 고객 만족도 개선이나 사회적 책임 확대와 같은 제안을 일부 수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진칼의 반격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IB(투자은행) 관계자는 "KCGI의 제안은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 퇴진 요구 성격이 강해 한진칼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며 "제안 요건이 과연 주주를 위해 합리적인 지를 두고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는 등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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