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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왜 '전문 경영인' 석태수를 조준했나

  • 2019.02.11(월) 11:25

조양호 회장 심복 분류…그룹내 요직 차지
오너일가 우호적 인물 중심 이사회 차단 염두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너 일가가 아닌 입지전적인 전문 경영인을 조준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CGI는 석 대표가 한진그룹의 경영 위기를 초래한 인물로, 그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석 대표가 그룹 내 가진 영향력과 상징성을 감안하면 KCGI의 퇴임 요구는 경영 실패의 책임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석 대표, 한진그룹 경영 위기 초래한 장본인"

KCGI는 지난 1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공개했다.  내용인 즉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나는 석 대표의 재선임을 반대하고 석 사장이 아닌 1명을 이사회가 추천해 선임하자는 것이다.

KCGI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인물이 아닌 그룹 내 전문 경영인의 퇴임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CGI가 석 대표를 공개 저격한 데는 석 대표가 한진그룹을 경영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KCGI는 주주 제안서를 통해 "석 대표는 한진해운 대표 출신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한 한진칼을 비롯, 한진그룹 전체의 신용도를 떨어뜨린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KCGI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석 대표가 취임한 2013년부터 대한항공으로부터 대여금 1500억원, 유상증자 4000억원, 영구채 인수금 2000억원 등 총 75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받고도 3년 만에 파산했다.

KCGI는 "2014년 하반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감소하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석 대표는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해외 주재원 30% 축소, 인건비· 복리후생비를 30~100% 축소시켜 놓고 결국 한진해운을 파산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A-등급에서 BBB+등급으로 두 단계나 떨어졌다. 조달 금리 상승 여파로 대한항공은 현재 연간 1200억원의 이자비용을 더 내고 있는데 이 모든 책임이 석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다.

KCGI는 "석태수 대표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권익을 현저하게 침해한 인물로 사내이사 후보자로 부적합하다"며 "석 대표를 제외한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신임 사내이사 1인의 선임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가족 경영 이어 측근 경영 차단 목적  

그러나 KCGI의 퇴진 요구가 단순히 석 대표에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묻는 차원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석 대표가 한진그룹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이지만, 조 회장의 측근 인사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석 대표는 한진그룹내 샐러리맨의 신화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1984년 대한항공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 팀장과 경영 기획실장 및 미주지역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입사 24년 만인 2008년 엔 조 회장과 함께 한진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2014년 한진해운 대표를 지내다 2017년 한진칼 대표이사에 이어 현재는 대한항공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한진그룹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부회장까지 오른 건 석 대표가 유일하다.

이는 반대로 석 대표가 조 회장의 심복(心腹) 임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그룹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석태수 카드를 종종 빼들었다. 지금은 파산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석 대표를 투입, 법정관리인으로 내세웠다. 작년 물컵 갑질 사태 때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부회장직을 신설, 이 자리에 석 대표를 앉혔다.

통상 파산한 계열사 수장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의 부회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석 대표에 대한 조 회장의 신망이 얼마나 두터운 지를 가늠케 한다.

이 때문에 이번 KCGI의 석 대표 퇴임 요구는 한진그룹의 가족 경영에 이어 측근 경영까지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석 대표의 이사회 재진입을 막음으로써 사실상 조 회장 측근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석 대표는 조 회장이 천명한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의 핵심 축"이라면서 "그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다는 것은 향후 조 회장 우군들의 이사회 진입을 모두 차단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앞서 KCGI도 주주 제안서를 통해 "석 대표는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와 견제 시스템의 부재, 폐쇄적인 의사 결정 문제를 악화시켜 온 당사자"라며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반영할 후보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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