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과 한진칼 2대주주인 KCGI가 한진그룹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2023'에 대해 '비전과 신뢰가 빠진 미봉책'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에따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양측이 대립하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그룹의 비전 발표 자체는 환영하지만, KCGI가 제시한 '신뢰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에는 크게 못 미친다"며 "기존 경영진의 연임과 대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급조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KCGI는 우선 한진그룹의 경영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중장기 비전 발표에 부채비율 축소와 신용 등급 회복에 대한 구체적이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KCGI는 "대한항공은 글로벌 주요 항공사 평균 부채비율(200~300%) 대비 현저히 높은 부채비율(747%, 2018년 말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신용등급 A등급 회복, LA Wilshire Grand 호텔,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등 대표적 적자 사업 투자 적합성 제고, 객실 승무원 서비스 확충을 위한 10%대 인원 충원" 등을 제안했다.
또 한진그룹이 최근 단기차입금을 늘려 상법상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 '3%룰'을 우회해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한 조치와 관련, "의미 없는 배당성향 증대와 부채 비율 급등을 야기할 수 방안"이라며 "위기 해결에 도움되지 않고 오히려 모순되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도 "KCGI의 요구 사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의지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대주주에 종속돼 대주주 이익 보호가 목표인 사내이사와 전문성이 없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하다"며 전문경영체제 확립을 요구했다.
이는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밝힌 대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사내이사 선출에 있어 과도한 겸임이 없고 기업가치 훼손 전력이 없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으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서는 회사와 법률대리, 자문계약 등 어떠한 거래관계가 없으며 주주와 간접적인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으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끝으로 KCGI는 향후에도 한진그룹 경영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CGI는 "대주주 일가와 석태수 사장이 위기의 본질을 깨달아 진정 어린 반성을 하고, 회사의 신뢰와 기업가치가 회복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P&W 엔진, 항공기 감가상각 및 직원 만족도 관련된 정보공개 요청 및 문제 제기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