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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 사이'...KCGI의 선택은

  • 2019.02.18(월) 09:45

한진, 오너 등 퇴진 요구 답변 회피
KCGI, 배당금 확대 수용 여부 '촉각'

한진그룹이 지난 13일 발표한 중장기 경영발전 방안 '한진그룹 비전 2023'에 대해 KCGI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의 이번 발표는 KCGI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사태의 핵심인 오너 및 일가의 퇴진 요구에 대해선 회피하거나 침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신 이를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 지급으로 갈음함으로써 KCGI는 물론 국민연금까지 포섭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은 수익률이 우선인 사모펀드 KCGI로선 '한진그룹의 근본적 변화'라는 그간의 명분과 실리를 두고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한진, KCGI 요구 일부만 수용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및 경영 투명성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중에는 KCGI가 제안한 내용들이 일부 담겨 있다.

앞서 KCGI는 지난 1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한진'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 기업가치 제고 방안, 사회적 신뢰제고 방안 등 3가지 큰 틀에서 주주제안을 했다.

이중 한진그룹은 KCGI가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제안한 자산 매각안을 받아들여 송현동 호텔 부지를 연내 매각키로 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사외이사를 종전 3인에서 4인으로 늘리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한진그룹은 KCGI의 요구사항중 수용했을 때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숙원 사업이지만, 이미 시장에 매각 의사를 밝혀왔다.

또 감사위원회 설치의 경우 현행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이면 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말로 별도 기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위원회가 설치되면 조 회장은 물론 2대주주인 KCGI와 3대주주인 국민연금 의결권도 3%로 제한 돼 감사 선임에 있어 최대주주인 조 회장이 유리해진다.

조 회장 및 일가 경영권 유지 기조?

게다가 한진그룹은 이번 사태의 본질인 탈(脫) 오너 경영체제 요구에 대해선 침묵했다. KCGI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내이사 1인, KCGI 추천 사외이사 2인과 외부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임원들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 도입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 체제의 보상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 설치도 요구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KCGI가 정조준한 호텔 사업도 지켜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CGI는 재무 개선을 위해 "핵심 사업인 항공업 외 투자 확대를 지양해야 한다"며 적자 일변도의 호텔 사업 정리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 왕산 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검토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호텔 사업을 포기하기 보단 오히려 항공운송, 종합물류, 레저 사업 등과 함께 호텔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내걸었다. 제주 서귀포시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의 경우 외부 투자자를 통해 개발하거나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한진그룹이 적자 투성이의 호텔 사업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항공업과 비즈니스모델에서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텔 사업이 그간 문제를 일으킨 오너 일가의 경영 복귀 수단으로 종종 이용돼 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지금의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타협안 아닌 당근책"

이에 이번 '한진그룹 비전 2023'은 KCGI 주주제안에 대한 '타협안'이라기 보단 '당근책'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가족 경영체제 유지를 위해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듯 하면서 역대 최고의 배당금까지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주주가치 강화 차원에서 2018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의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41.7%의 주주 배당 이후 최대 규모다.

아직 한진칼이 작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배당금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다. 다만 2017년 수준(별도 기준)의 순이익(2388억원)을 거둔다면 배당금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수익률이 우선인 사모펀드인 만큼 배당금 확대라는 당근책을 내세워 주주들의 불만을 희석시키려 한다"며 "동시에 3대주주로 최근 경영 참여를 선언한 국민연금까지 포섭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KCGI는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명부 열람 및 복사 가처분신청과 관련 18일께 법원의 결정이 나오는 만큼 조만간 추가적인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CGI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두고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한진그룹의 이번 발표안은 KCGI 의견을 수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재공세를 펴 입장차를 줄여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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