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이행 활동을 펼친 KB자산운용이 연초부터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첫 타깃으로는 지난해 제안에 나섰던 광주신세계를 다시 지목하고 비상장사 전환과 배당 증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광주신세계 지배구조 개편의 선결과제'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지난 2일 송부했다.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14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서를 받진 못한 상태다.
KB자산운용은 서한에서 광주신세계에 비상장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KB자산운용은 "삼성과 현대차 그룹 등은 상장 회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다 역풍을 맞았다"면서 "공개매수를 통해 비공개기업으로 전환한다면 주주 간 이해 상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신세계는 1995년 신세계가 100% 출자해 설립한 백화점이다. 1998년 정용진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2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현재 광주신세계 지분을 약 52.1% 갖고 있다. 신세계가 10.4%, KB증권이 9.8%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광주신세계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데는 현재 신세계그룹의 경영 구도가 유지될 것이란 시각이 반영됐다. 신세계 사업 부문은 이마트와 백화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담당하고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사장이 백화점을 총괄하는 식이다.
이같은 구도라면 광주신세계는 백화점 산하로 옮겨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는 정 사장이 아닌 정 부회장이다. 백화점은 백화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는 게 KB자산운용의 주장이다. 작년 11월 광주신세계는 대형마트 사업 부문을 이마트에 양도했다.
향후 정 부회장에게 필요한 상속세 재원 마련에 광주신세계 지분이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KB자산운용은 정 부회장이 추후 이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8%를 물려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 정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 52.1%가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KB자산운용은 "정 부회장이 이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을 상속받을 때 현재 기준 546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이때 광주신세계 지분가치 1560억원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며 공개 매수를 통해 비공개기업으로 전환한 뒤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 해묵은 승계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가 배당 성향 증가도 제안했다. KB자산운용은 "신규 투자 계획이 미정이 상황에서 30~50%의 주주환원은 재무적으로 무리가 없다"면서 "배당 성향을 50%로 늘려도 5년 뒤 순현금 1300억원이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너일가와 소액주주에 대해) 차등배당을 실시한다면 오너 지분율 높은 기업만 배당을 많이 가져간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KB자산운용이 광주신세계에 주주서한을 보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광주신세계에 광주신세계가 2015년 공시한 랜드마크 복합시설 사업 투자 건에 대한 진척 현황을 묻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KB자산운용이 광주신세계에 잇따라 서한을 보낸 것은 2017년 12월 채택한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관투자자 행동강령으로, 피투자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활동을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KB자산운용이 요구한 답변 시한은 지났지만 늦게라도 답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서한에 대해서도 광주신세계는 한 달여 뒤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요구에 대한 응답이 의무가 아닌 만큼 제 기간에 답변이 도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향후 광주신세계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