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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부터 KCGI까지' 주총 달구는 행동주의 펀드

  • 2019.03.05(화) 17:30

엘리엇, 현대차에 6조 규모 배당 요구
한진칼 KISCO 등 주총서 표대결 예고
"크레딧 관점 긍정적 vs 경영에 부담"

주총시즌에 접어들면서 주주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투자 기업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개선 방안들을 요구하면서 어느 때보다 주총을 뜨겁게 달구는 분위기다.

현대차 때리는 엘리엇…'6조 내놔라'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어쏘시어츠엘피(Elliott Associates, L.P., 이하 엘리엇)는 오는 22일 개최 예정인 현대자동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권으로 상정한 안건이 채택될 수 있도록 다른 주주들에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0.2%(53만2972주)를 갖고 있다. 특별관계자 포터캐피탈엘엘씨(Potter Capital LLC) 지분 2.7%(588만2501주)를 합치면 보유 지분은 2.9%로 확대된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2.4%보다 많다.

현대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21.4%), 2대주주는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캐피탈그룹컴퍼니가 7%,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3%를 갖고 있다.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53.6%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엘리엇이 상정한 안건 중 눈에 띄는 것은 배당금 확대 요구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 우선주 1주당 2만2017원을 배당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총액으로 계산하면 약 5조84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현대차가 계획하고 있는 배당 규모의 7배를 훌쩍 웃돈다. 현대차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3000원, 우선주 1주당 3050원씩 총 8000여억원을 배당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해놓은 상태다. 현대차는 2015년 이후 매년 같은 규모의 결산배당을 실시해오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최대한 풀어 배당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대차의 2018사업연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3.8% 감소한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이 요구하는 배당 규모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엘리엇은 지난달 28일 다른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면서 "작년 현대차 순현금자산은 14조3000억원으로 경쟁업체보다 8조~10조원 많다"며 "초과자본을 환원하지 않은 채 미래주주환원을 위해 현금을 비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번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요구하는 것은 행동주의 펀드 속성에 철저히 입각한 것"이라며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자금까지 모두 끌어다 주주들에게 환원하라는 것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향후 5년간 연구개발에 4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터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이어 배당을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자본이 급격하게 감소해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밖에 엘리엇은 현대차 정관에 보수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명시할 것과 ▲존 리우(John Y.Liu) ▲로버트 랜달 맥긴(Robert Randall MacEwen) ▲마가렛 빌슨(Margaret S. Bilson) 등 3명을 현대차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동전의 양면

한진그룹도 27일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주주 간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KCGI의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측에 ▲감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청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측은 주식보유 기간 요건을 명시한 상법 제542조의6 제2항에 근거해 KCGI 측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점을 꼬집어 KCGI가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입장은 달랐다. 6개월 보유 기간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지분 100분의 3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본 것. 상법 제363조의2를 근거로 삼았다.

한진칼 측은 법원 결정에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관련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는 만큼 판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제외한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4개 계열사 임원직을 내려놓을 것이라 밝혔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밸류파트너스는 KISCO홀딩스와 한국철강 주주들이 각 회사 이사회가 선임하려는 감사위원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했다고 5일 공시했다. 한국철강은 29일 오전 9시, KISCO홀딩스는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정기주총을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주총시즌을 맞아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기업 신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KB증권은 "주주행동주의는 대차대조표 비효율성 개선뿐만 아니라 사업 구조나 전략에 대한 개편 등이 동시에 요구되기도 한다"며 "기업 전체 가치에 있어 건설적 제안이 될 수 있다면 크레딧 관점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교보증권은 과도한 주주제안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교보증권은 "주주제안의 형태와 강도에 따라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차별적일 수 있다"면서도 "주주권 강화가 주주가치 제고에만 치우치면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장기적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는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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