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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 전성시대]上 스튜어드십코드 끌고 정부 밀고

  • 2019.03.14(목) 15:19

2016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
주주 의결권 행사 활발해져
정부, 규제 완화로 밀어주기

2019년 주총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올해 키워드는 단연 '주주제안'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주주 행동주의가 활성화하면서 주주제안도 양과 질 면에서 풍부해지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기업과 주주가 상생할 수 있는 접점 찾기라는 시각과 기업 활동에 스트레스 요소가 될 뿐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주주제안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월급은 예전과 똑같이 받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최근 회사 주주들의 주주제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 코스닥 상장 기업의 하소연이다. 이 기업의 몇몇 소액주주들은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과 이사진을 확대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담당 임원은 유관 기관을 찾아 해결책을 물었지만 대답은 한결같다. 주주 요구이니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주제안은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주총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권리다. 의결권을 가진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대상이다.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주제안일로부터 소급해 6개월 간 지분 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올해 들어 주주제안 시대가 꽃피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정부의 규제 완화라는 컬래버레이션의 결과물이다.

최근 급증 추세…'주주제안'

비즈니스워치가 13일까지 공시된 12월 결산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상장 법인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주주제안 안건 수는 총 6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이 12월 결산 법인 정기주총 공시 마지막 날인 것을 감안하면 숫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건 내용은 배당 확대를 비롯해 정관변경, 이사 및 감사 선임 등 다양하다.

주주제안 안건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6년 31건에서 2017년 66건, 지난해 92건으로 매년 늘어왔다. 올해도 증가 추세가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주주제안은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지금의 틀을 갖췄다. 제도 자체가 이미 완비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이런 주주제안이 확대되고 있다는 배경으로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거론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일종의 '기관투자가 행동강령'.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투자기업 경영활동 개입을 독려한다. 국내에는 2016년 소개됐고 지난해 국민연금이 도입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주제안을 비롯한 사회책임투자 활동 강화로 기업 인식 변화가 일차적으로 배당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주주제안 건수 증가와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상장협의회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둘러싸고 논의가 이뤄지면서 주주제안 안건 수가 예년에 비해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소액주주 의결권을 중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힘 실어주기…'더 거세질 것'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주주제안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금융 당국은 제도 마련을 통해 실질적 통로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마련한 사모펀드(PEF) 규제 완화 조치가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경영참여형 PEF와 전문투자형 PEF로 이분화된 규제 체계를 통합하고, 경영참여형 PEF가 지분 10% 이상을 갖고 있어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규제와 전문투자형 PEF가 보유한 지분이 10% 이상이어도 의결권 행사는 10% 내로 제한된다는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이들 규제는 그동안 국내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상장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한 데다, 지분을 획득해도 의결권 상한선 규제로 최대주주와 겨루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용 대상이 국내 사모펀드로 국한되면서 해외 사모펀드와 역차별 논란도 낳았다.

하지만 해당 규제가 사라지면서 국내 사모펀드는 발행주식총수 지분 3% 이상 보유 요건을 만족하거나,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간 지분 1% 보유 요건만 충족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영 참여의 길이 열린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PEF 규제체계를 개선해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사모투자 재간접펀드 최소한도인 500만원을 폐지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규제 완화 이후 사모펀드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9%를 취득, 경영 참여를 선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밸류파트너스는 지분 1.26%로 키스코홀딩스를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고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주주제안 주체는 개인 주주도 물론 있지만 상당수는 기관투자가인 경우가 많다"며 "작년 말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앞으로 주주제안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조성된 행동주의 표방 펀드는 ▲라임서스틴데모크라시 ▲행동매주식 ▲코리아거버넌스포커스 ▲KB주주가치포커스 ▲한국밸류10년투자주주행복 ▲VIP트리플A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이다. 설정 규모는 모두 약 117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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