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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 전성시대]下 주주·기업 상생하려면

  • 2019.03.15(금) 16:22

주주제안 증가에 기업경영 활동 부담 늘어
표결 순서 이용한 무력화 시도 '꼼수' 지적

2019년 주총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올해 키워드는 단연 '주주제안'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주주 행동주의가 활성화하면서 주주제안도 양과 질 면에서 풍부해지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기업과 주주가 상생할 수 있는 접점 찾기라는 시각과 기업 활동에 스트레스 요소가 될 뿐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주주제안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최근 한 코스닥 상장기업 주주 일부는 감사 선임 건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안했다. 해당 안건은 정기주총소집결의 공고에서 다섯 번째 결의 사항으로 상정됐다. 이들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주주가 선출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회사 경영진의 반대가 충분히 예상됐지만 표 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주주들은 쓴맛을 봤다. 회사는 두 번째 안건으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상정했는데 3명의 감사를 1명으로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정관 내용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주주들은 찬성표를 던졌고 해당 안건이 가결되자마자 이들이 제안한 감사 선임 주주제안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되며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상 거부 불가…늘어나는 부담감

주주제안이 이사회에 제기되면 이사회는 이를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반드시 올려야 한다. 현행법 상 거부 가능 안건에 포함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거절할 수 있고 이사회가 이를 무시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다.

상법 제363조의2와 해당 시행령에 따르면 이사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거나, 과거 부결된 내용이 3년 내 다시 제안되는 경우 혹은 주주 개인 고충에 관한 사항과 임기 중 임원의 해임 등 안건에 한해서만 채택을 거부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사모펀드 규제 완화 등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주제안 안건 내용을 살펴보면  배당 확대와 이사 및 감사 선임, 유·무상 증자 등  배당거부 가능 안건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기업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안건들이 상당수다.

압도적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최대주주가 없다면 주주제안은 주주 간 표 대결로 이어진다. 의결권 위임에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회사 안건과 상충되는 주주제안 안건이 가결되면 향후 경영 활동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코스닥 상장 기업 관계자는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주주제안 효과를 일괄적으로 평가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주주제안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 발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교묘해진 주주제안 무력화 시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표결 방식을 이용해 주주제안 무력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앞선 사례처럼 주주제안과 상반되는 회사 안건을 먼저 표결해 가결시킨 뒤, 주주제안 표결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폐기하는 식이다. 주총 안건 표결 방식을 정하는 권한이 전적으로 이사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표결에 참여하는 주주의 제안 의지가 확고하다면 표결 순서를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다를 수 있다. 2017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주제안 부결안건 분석결과에 따르면 주주제안이 회사 안건보다 나중에 표결될 경우 부결비율은 무려 100%에 달했다.

유고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회사가 주주제안과 상반되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먼저 가결해 주주제안을 무력화하면 사실상 주주제안 거부 효과가 나타난다"며 "최근에는 수법이 더욱 교묘해져 직관적으로 알아채기 힘든 정관 변경 등을 통한 무력화 시도가 관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15일 기준 주주제안이 포함된 주총 안건을 공시한 12월 결산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21곳의 내역을 살펴보면 90% 이상 기업이 주주제안이 회사가 제시한 안건 뒤에 배치했다. 이를 단순히 해당 기업이 주주제안 무력화 시도에 나선다고 보기 어렵지만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장 반응은 다양하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모든 안건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어 표결 순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안건 순서를 바꿔서 꼼수를 쓴다는 주장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손실을 만회하려는 주주들이 주주제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주제안이 늘 옳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전문기관이 주주와 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관련 가이드를 마련해 주주제안 활성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지금은 주주제안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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