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양호 회장 등 총수일가의 전횡으로 논란을 빚은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가 주목받는 가운데 이사해임을 건의하는 주주제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토론회에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과 관련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남근 민변·참여연대 변호사는 "조양호 회장의 배임행위 등 총수일가 문제에 대해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개최해 손배해상청구 등을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이사회가 사실상 문제를 묵인한 만큼 현 이사진의 해임도 국민연금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도 "이사 해임을 하려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어렵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수탁자책임위 운영규정에 따르면 필요할 경우 충분히 주주제안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과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는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총수일가의 문제를 묵인한 현 이사진들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는 적극적 주주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연금 사회주의'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프레임으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한 비난이 있는데 주주가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도 "연기금이 주주권행사를 하는 것을 두고 연금 사회주의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결과"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호적인 관점에서 기업과의 대화를 제안하는 등 장기주주로서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은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에 이견은 없지만 매번 문제가 생기고 나서 사후적으로 국민연금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전에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기존의 의결권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기구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조만간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와 범위를 논의하고, 논의결과를 토대로 2월초까지 기금운용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이전과 다른 주주권행사를 예고한 국민연금으로서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첫 시험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