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주주총회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 회장 연임 이슈가 없고 '킹메이커'로 불리는 사외이사 교체폭도 크지 않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신임 은행장 선임을 위한 행정적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올해 주총의 최대 관심사였던 노동이사제도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철회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만 내년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신한금융의 경우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4명 새로 선임하고 나면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외이사 변화 폭이 가장 큰 곳은 오는 27일 주총을 진행하는 신한금융이다. 관료 출신인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과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 허용학 퍼스트브리지 스트래티지 대표 등 4명이 새로 선임된다. 사외이사 인원도 11명으로 기존보다 1명 더 늘렸다.
KB금융지주는 오는 27일 주총에서 김경호 홍익대 교수를, 하나금융은 오는 22일 주총에서 이정원 전 신한은행 부행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올해초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금융지주는 특별한 안건이 없어 주총을 열지 않고 우리은행만 오는 27일 주총을 진행한다.
'킹메이커'인 사외이사 변화폭이 크지 않은 것은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KB금융은 2017년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최고경영자 입장에선 현 지배구조에 신임을 보인 사외이사진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 유지'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사외이사가 대폭 물갈이되는 신한금융의 경우 내년 3월 조용병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조만간 새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업계에선 조 회장이 내년 연임을 앞두고 사외이사진에 변화를 줬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진을 회계, 법률, 행정 등 전문가로 다양화하며 내년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번 주총과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교체된다. 연말연초 두 은행은 세대교체를 내세워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을 내정했다. 금융지주가 은행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임 행장 선임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직후 이·취임식이 열리고 신임 행장들이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 예정이다.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하는 곳 중 눈에 띄는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정관변경을 통해 전환형전환우선주와 전환형조건부자본증권 발행근거를 마련했다. 지난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유상증자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은 오는 4월 75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 발행을 예고했다. 또 전환형조건부자본증권 정관변경은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가 은행법에 전환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명시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주총에서 승인을 받는 배당 안건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으로 배당 성향을 늘렸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은행은 모두 1주당 배당금을 150원씩 올렸다. 세 곳의 배당총액은 1조6410억원으로 전년보다 17.7% 증가했다. KB금융의 주당 배당금(1950원)은 전년과 같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철회하면서 최대 쟁점이었던 노동이사제도 사그라들었다"며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성향을 높인 만큼 주총에서 특별히 이슈가 될 사항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