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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주총 D-15, 의결권 자문사에 쏠리는 시선

  • 2019.03.11(월) 15:35

투자자 표심 방향타...조 회장 연임 최대 변수
이르면 이번주부터 찬반 의사 밝힐 듯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사 결정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이들의 찬성 혹은 반대 권고에 따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대한항공 주총 안건과 관련,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반 의사가 공개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대한항공의 현 지배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날 대한항공이 주총 안건을 공시하는 대로 의안 분석에 들어간다. 이들은 수일간의 분석 과정을 거쳐 빠르면 이번 주부터 찬반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의결권 자문사는 상장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찬성 또는 반대를 권고하는 곳으로,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의견을 정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의결권 자문사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이 있으며, 해외 자문사는 ISS, 글래스루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부터 주목을 받아온 이들은 대기업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추진 때는 서스틴베스트,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단 반대 권고 여파로 모비스의 주총이 취소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주총을 보름여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는 27일 예고된 주총 표대결에서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할 경우 기타주주들도 동조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의 연임은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과 관련, 2대주주인 국민연금과의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주주 구성상 33.74%를 들고 있는 조 회장측이 11.68%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유리하지만, 53%를 들고 있는 기타주주의 표심에 따라 반전 가능하다.

더욱이 대한항공 정관상 조 회장의 연임을 위해선 주총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해임도 어렵지만 선임과 연임도 어려운 구조다. 조 회장으로선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율 만큼의 우호지분을 기타주주로부터 확보해야 한다(모든 주주 주총 참석 전제). 기타주주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결정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절대적으로 따른다고 볼 수 없지만 상당 부분 반영해 의사를 결정하는 추세"라며 "이번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에 대해서도 의결권 자문사의 입김이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현재 조 회장과 일가의 잇단 형사 재판 등으로 부정적 이슈가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로서는 반대할 명분이 충분하다"면서 "다만 지배구조 개선안을 통해 배당금 확대 등 투자자를 향한 당근책도 제시하고 있어 이를 모두 반영한 의결권 자문사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일부 의결권 자문사들은 최종 권고 전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의 경영 이슈에 운을 뗐다. 이들 대부분은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의 현 지배구조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2월 한진칼 경영발전방안 분석보고서를 통해 "한진그룹 사태의 근본적 배경은 이사회 및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리스크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총수 일가가 겸임하고 있는 일부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이 분리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대신지배연구소는 "대규모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책임경영 측면에서 겸임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한진그룹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도 한진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사외이사진이 독립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최근 5년간 한진그룹 주요 상장사들의 전현직 사외이사들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사외이사가 그룹 회장의 경복고등학교 동문이거나 법무 자문그룹 등 이해관계자들로 이뤄져 있다"며 "합리적인 경영의사 결정을 수행할 전문적인 사내이사진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사외이사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선언적 문구가 아닌 일반주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제약 없이 사외이사 후보를 자유롭게 추천할 수 있는 공개적인 채널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형성된 사외이사풀(Pool)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최종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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